"개 잡아먹는다" 트럼프 발언은 이 여성 때문?…'극우 선동가' 주목
로라 루머라는 여성, 주요 행사마다 트럼프 지척서 존재
해리스 인종 문제·불법이민자 개 식용 등 메시지 만드는 듯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불법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루머를 토론장에서 불법 이민 문제의 근거로 말하는 등 자주 황당한 주장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뒤에 한 여성 극우주의 선동가가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라 루머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트럼프의 유세나 행사 참여 때마다 지척에 있었는데 특히 9/11테러가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을 펴왔으면서도 최근의 추모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11일 트럼프는 뉴욕시 한 소방서를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이를 지켜보던 측근 중 몇 사람은 트럼프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이었다. 공동 캠페인 관리자인 크리스 라시비타와 수지 와일스, 그리고 극우 선동가인 루머였다.
루머는 지난해 소셜미디어에 동영상을 게시하며 세계 무역 센터 타워에 대한 공격이 "내부 작업"(자작극 의미)이라고 주장했다. CNN은 루머가 이 행사에 간 이유를 물었지만, 트럼프 캠페인 관계자는 루머의 존재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당사자인 루머는 CNN에 "내가 9/11 추모식에 가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사실, 추모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맞이한 사람들은 나를 보고 매우 기뻐하며,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9/11 테러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결코 부인한 적이 없다. 사실, 미디어는 내가 미국에서 이슬람 테러리즘의 위협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반이슬람주의자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트럼프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을까. 한 소식통은 루머가 트럼프의 개인 번호를 알고 있어서 그것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아무튼 루머는 트럼프와 함께 여행을 다녔고, 그가 연설하는 행사에 자주 나타났으며, 과장된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올려 트럼프에게 어디를 공격할지를 알려주는 것처럼 보였다고 CNN은 썼다.
트럼프는 이전부터 음모론자들의 영향을 받고 있었지만, 가까운 몇몇 사람들은 바이든이 해리스를 지명한 후부터 특히 루머가 트럼프에게 음모론을 불어넣고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해리스의 인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도 루머가 먼저였다는 것이다. 한 고문은 "트럼프 본인이 그런 주장을 내놓은 것이 아니었다"면서 루머가 아무 근거 없이 X에서 해리스의 인종을 지적했고 그것이 트럼프의 말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루머는 "해리스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아첨하며 자신이 같은 정체성을 공유한다고 설득하는 사실을 조롱했다고 해서 그것이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의 발언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10일 TV 토론을 위해 필라델피아에 도착했을 때 루머 역시 트럼프 개인 비행기에서 내리는 것이 포착됐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트럼프가 이날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고 말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루머는 토론 이틀 전에는 해리스의 인도계 유산을 비웃는 더 강력한 조롱의 글을 올렸다. 루머는 인도계 혼혈인 해리스가 승리하면 "백악관이 카레 냄새가 나고 백악관 연설은 콜센터를 통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인이 카레를 즐겨 먹고 미국 기업들이 콜센터 업무를 인도 등 제3세계로 아웃소싱한 것을 이용해 해리스를 인종적으로 비하한 것이다.
루머는 CNN에 이 게시물에 대해 "언론이 다시 한번 나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거짓으로 비난하는 것이 흥미롭다. 인도 요리 영상에서 인도 유명인들에게 자기가 얼마나 카레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지 말한 것이 어떤 여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루머의 행각에 대해서는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악명 높은 선동가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조차도 루머의 게시물이 "끔찍하고 극도로 인종차별적"이라고 소셜 미디어에서 밝혔다. 보수적인 팟캐스트 진행자인 스티브 디스는 "트럼프에게 전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CNN은 공동 캠페인 관리자인 라시비타와 와일스가 (트럼프의 판단을 흐리게 할) 트럼프의 곁을 맴돈 수많은 사람을 떨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루머는 이를 견뎌냈다고 했다. 심지어 작년 8월 트럼프는 루머를 공식 직책에 영입할 것을 캠페인 측에 제안했는데, 고문과 지지자들이 이에 격분하며 거부해 영입되지 못했다고 CNN은 전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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