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잡아먹는다" 트럼프 말에 아이티 이민자들 '공포'…폭발물 위협(상보)

트럼프가 대선 토론회서 반이민 유언비어 거론한 지역서 위협 발생
위협 발생 후에도 SNS에 관련 음모론 계속 재생산…주민 "스트레스 받아"

12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 시청 앞에 폭발물 위협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가 세워져 있다. 2024.09.12/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TV 토론회에서 반이민 유언비어를 거론한 후, 관련 지역에서 실제로 폭발물 위협이 발생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오하이오주(州) 스프링필드 경찰은 12일(현지시간) 오전 8시 24분쯤 이메일로 폭탄 위협을 받았다며 시청 및 여러 정부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폭발물 탐지견의 도움으로 위협 (이메일에) 나열된 모든 시설을 조사했다"고 했다. 이 중에는 풀턴 초등학교와 스프링필드 아카데미 오브 엑설런스 등 교육 시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연방수사국 데이턴 사무소와 협력해 협박 이메일의 출처를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일은 트럼프가 지난 10일 ABC뉴스의 주최로 열린 대선 토론회에서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스프링필드에서 개를 먹고 있다. 이민자들은 고양이를 먹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반려동물을 먹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거론한 후 일어났다.

하지만 스프링필드 경찰서와 시에 따르면 반려동물 도난 및 학대 관련 신고는 접수조차 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인 근거나 정황도 보고되지 않았다.

트럼프가 재생산한 유언비어의 불똥은 이민자들에게 튀었다.

아이티 출신 이민자 마켄소 로즈메는 AFP에 현재 지역 사회의 긴장이 "걱정스럽다"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일부 아이티 출신 주민들은 아이들의 등교를 단념하거나 이사를 고려하는 등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롭 루 스프링필드 시장은 뉴스 선과의 인터뷰에서 폭발물 협박을 보낸 사람이 해당 도시 출신이라고 주장하며 아이티 이민자 문제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계속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이티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전례 없는 수준과 속도로 마을과 마을을 점령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주장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의 발언을 겨냥해 "쓰레기 같은 말을 퍼뜨리는 것은 지역 사회의 삶을 더럽히는 것이며 그들의 삶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에는 아이티 출신 약 11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이중 절반 정도가 이민자다. 스프링필드에서도 최근 몇 년간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급증했다.

경찰은 아직까지 트럼프의 발언과 폭발물 위협 사이의 구체적 연관성은 찾아내지 못했다.

스프링필드 도시 관리담당자 브라이언 헥은 SNS 성명을 통해 "소셜 미디어에서 유포된 잘못된 정보로 인해 왜곡이 생겼고, 긴장감이 높아진 대선 시기에 정치적 수사로 인해 더욱 확대됐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