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 반려동물 먹어" 트럼프 발언에…아이티 "존엄성 훼손 반대"
"선거 위해 허위 정보 희생자 되고 낙인 찍히는 것 처음 아냐"
아이티 주민들, 신변 위협 우려에 이사·퇴사 고려도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의 반려동물을 잡아먹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발언에 아이티가 규탄에 나섰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이티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했다.
아이티 정부는 "불행히도 해외 동포들이 허위 정보 캠페인의 희생자가 되고, 선거와 정치 이익을 위해 낙인이 찍히고, 비인간화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동포들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이러한 발언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는 전날인 10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첫 TV토론에서 "스프링필드에서 그들은 개를 먹고 있다"며 "이민자들은 고양이를 먹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반려동물을 먹고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 경찰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도난당해 잡아먹히는 사건과 관련된 신고는 접수된 적 없다. 스프링필드시 대변인도 "이민자 커뮤니티 내 개인이 반려동물을 해치거나 학대했다는 믿을 만한 보고나 구체적인 주장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트럼프의 발언에 아이티계 미국인들은 안전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스프링필드에서 아이티 커뮤니티 센터를 운영하는 바일스 도르사인빌(38)은 "우리는 가는 곳마다 조심해야 한다"며 "적대감 때문에 아마존 창고에서 일하는 친구가 일을 그만두는 것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아이티 타임스에 따르면 신변 안전에 위협을 느끼는 주민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기도 했다. 한 여성은 "이 지역에서 이사를 해야 할 것 같다"며 "마트에 갈 수도 없다. 불안하고 무섭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에는 아이티 출신 약 11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이중 절반 정도가 이민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 전략가이자 트럼프 반대 링컨 프로젝트 운동을 시작한 마이크 마드리드는 트럼프의 발언이 불만이 많은 백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드리드는 "사람들을 비인간화하려는 시도는 사회가 변화하는 시기에 효과 있는, 오래전부터 입증된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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