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토론 '판정승' 거뒀으나 정책·미래 비전 제시는 못해"-WSJ

"트럼프, 스스로 수렁 빠져들어…해리스 토론 짐 덜어줬다"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간 첫 TV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2024.09.10 ⓒ 로이터=뉴스1 ⓒ News1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첫 TV토론에서 사실상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정책이나 향후 미국의 미래와 관련해 구체적인 비전을 그리지는 못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11일(현지시간) WSJ 편집위원회는 '트럼프, 해리스를 토론에서 자유롭게 만들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전 대통령(트럼프)은 그녀(해리스)가 자신을 흔들도록 내버려 뒀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스스로 수렁에 빠지며 해리스 부통령에게서 토론의 짐을 덜어줬다는 의미다.

WSJ는 "해리스는 자신의 비전이나 지난 4년간의 기록에 대한 강력한 주장을 펼치지는 않았지만, 토론에서 분명히 이겼다"며 "트럼프를 조롱하고 자극해 허영심의 토끼굴로 빠지게 하는 전략으로 토론에서 이겼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는 항상 미끼를 물었고, 해리스는 여러 가지 함정을 놨다"며 "트럼프는 토론의 많은 시간을 과거, 조 바이든, 반려견을 먹는 이민자를 논하는 데 보냈지만, 앞으로 4년 동안 미국인들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WSJ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90분간의 토론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무려 14번이나 언급했다고 짚었다.

그 덕에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이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만 하면 됐으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과 자신의 정책이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고 WSJ은 부연했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도 해리스 부통령에게 어떻게 바이든 행정부와 차별화를 둘 것인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또 WSJ는 토론을 주최한 ABC뉴스의 진행자들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도움을 줬고, 그들은 분명히 해리스 부통령의 편이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수 차례 사실 확인을 한 반면 해리스 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와는 별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의 정책이나 주장을 제대로 공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WSJ는 "트럼프는 해리스의 정책 견해에 대해서도 그녀를 계속 풀어줬다"며 "트럼프의 약점 중 하나는 슬로건 너머 정책 세부사항이나 주장을 정리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마르크스주의자'라고 표현했는데, 그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언급하지 않았다. WSJ는 "해리스는 세금을 5조 달러 인상하고 싶어하는데, 트럼프는 이에 대해 말하지도 않았다"고 부연했다.

또 WSJ는 "트럼프는 아마 외교 정책에서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 이상의 요점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마저도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바라다는 말을 거부하면서 실패했다"고 짚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따르면 전날10일 ABC 주관 대선 TV 토론을 일부라도 시청한 등록 유권자 중 54%는 해리스가 승리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31%는 트럼프가 이겼다고 답했다. 14%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해리스는 전날(10일) CN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유권자의 63%로부터 '이번 토론에서 더 나은 성적을 거뒀다'고 평가받았다. 트럼프는 37%로 집계됐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