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집트에 4300억원 군사 원조 제공…가자전쟁 중재 의식

보류됐던 군사 지원 해제…"인권 문제 개선돼"
"이집트 인권 상황 여전히 문제 있다" 지적도

이집트 수도 카이로 인근 지중해 연안 도시 엘 알라메인에서 20일(현지시간) 압델 파타 엘시시(오른쪽) 이집트 대통령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동하는 모습. 두 사람은 이날 가자전쟁 휴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이집트 대통령실은 밝혔다. 2024.08.20.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미국 정부가 가자지구 전쟁 휴전 협상 중재국인 이집트에 약 4300억 원 상당의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이집트에 대한 3억2000만 달러(약 4300억 원) 규모의 군사 지원 계획을 승인한다고 미 의회에 알렸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지역 평화와 미국의 국가 안보 우선순위, 특히 가자기구 휴전 성사와 인질 석방,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인도적 지원,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영구 종식을 위한 이집트의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기여를 진전하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 결정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이집트가 중재국으로서 미국과 카타르와 함께 휴전을 성사하기 위해 분주히 노력해 온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1979년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의 평화협정 체결을 계기로 이집트에 매년 군사 지원 등을 위해 13억 달러(약 1조7000억 원)를 제공했다.

그러다 2013년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후로 반정부 인사를 탄압하는 등의 인권 문제가 발생하면서 미국은 이를 지적하며 인권상황 개선 등 조건을 내걸며 군사 원조를 보류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8500만 달러(약 1140억 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보류했고, 2021년에도 1억3000만 달러(약 1740억 원) 상당의 지원을 동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이집트가 지난 1년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을 중재하는 중책을 맡게 되고 휴전 협상이 난항을 겪자 퇴임 전 휴전을 성사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에 국무부는 이집트의 인권 상황이 개선됐다고 판단해 군사 원조 동결을 해제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다만 이번 결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집트 내 인권상황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 싱크탱크 중동민주주의센터의 세서바인더 인권국장은 "이 결정은 정부가 인권에 관한 미국 법을 지키지 못한 또 다른 사례"라며 "미국 안보를 위해 잔인한 이집트군을 지원해야 한다는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다"라고 지적했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