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공세, 트럼프 수세…첫 TV토론서 경제·이민·낙태 설전(종합)
"트럼프 부자와 대기업만 챙겨, 고루해" vs "해리스 무능력, 고물가 방조"
해리스, 악수 청하며 기선 제압…트럼프, 얼굴 붉히며 흥분 "끼어들지마"
- 류정민 특파원, 조소영 기자, 강민경 기자, 김예슬 기자, 박재하 기자, 김성식 기자, 정지윤 기자
(워싱턴·서울=뉴스1) 류정민 특파원 조소영 강민경 김예슬 박재하 김성식 정지윤 기자 = 2024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8주(56일) 앞둔 10일(현지시간) 진행된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59) 부통령이 경제, 불법이민, 낙태, 전쟁 등 주요 정책 이슈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의 대면 TV토론은 이번이 처음으로, 두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1%포인트 안팎의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28일 맞붙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도 하차하고 뒤를 이어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주자로 나선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는 각자 임기 때 정책 성과를 강조하고, 상대방의 정책과 주장은 깎아내리며 90분 내내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해리스, 먼저 손 내밀며 기선제압…표정·몸짓 최대한 활용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이날 오후 9시부터 열린 토론에서 기선제압은 해리스가 했다.
지난 6월 토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당시 두 후보가 악수도 하지 않고 토론을 시작했던 것과 달리 이날 해리스는 입장하며 트럼프에 다가가 손을 내밀었고, 트럼프가 이를 수용하는 형태였다. 키가 157㎝에 불과한 해리스가 190㎝가 넘는 트럼프에 가까이 서는 걸 꺼리지 않겠느냐는 일부 예상과 달리 트럼프를 향한 발걸음에는 거침이 없었다.
대통령 후보로 첫 TV토론에 나선 해리스는 이전까지 언론과의 인터뷰 등 공개적인 설전을 꺼리는 듯한 태도로 토론 능력에 많은 의문부호가 따랐다. 그러나 이날 토론에서 3번째 대선을 치르는 트럼프를 상대로 시종 공세적 위치에 서며 토론 능력에 대한 의심과 불확실성을 상당히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리스는 자신의 오른편에 선 트럼프가 발언할 때마다 그를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상대방 발언 때 끼어들 수 없는 토론 규칙을 감안해 말 대신 표정과 몸짓으로 반대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본인 발언 때는 상대방이 선 방향으로 손짓까지 섞어가며 적극적인 공세를 폈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발언한 뒤 자신의 차례 때 '지루한' '낡은' '고루한' 등의 표현을 적절히 섞어 가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반면 트럼프는 얼굴을 붉히고 지나치게 빠르게 말하는 등 해리스의 공세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해리스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흔들고 있었을 뿐임에도 트럼프는 "내가 지금 발언하고 있다.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도 해리스의 발언 때 고개를 흔들거나, 눈을 치켜뜨고, 입을 삐죽이고 또 실소를 띤 표정을 지었지만, 해리스보다 효과가 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자와 대기업만 챙기는 트럼프" vs "부통령 뭘 했나, 고물가에 일자리 부족"
이날 토론은 경제 문제로 포문을 열었다.
해리스는 자신을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일할 준비된 후보라고 소개하며 트럼프는 집권 때 부자와 대기업에만 세제 혜택을 제공해 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주제로 맞섰다. 본인이 대(對)중국 관세를 부과했을 땐 지금과 같은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바이든과 해리스의 집권으로 이민자가 급증해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미국 경제가 파괴됐다고도 했다.
해리스는 그러자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면서 동맹국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미국에 기반한 기술 투자에 집중하는 노력 등이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 트럼프는 어떻게 했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시 주석님, 감사합니다'하면서 느낌표를 땅땅 찍었다. 시 주석은 우리에게 투명한 정보, 기원을 공유하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에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그는 "해리스의 아버지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교수이고 그는 해리스를 잘 가르쳤다"면서 '해리스는 마르크스주의자'라는 자신의 주장을 거듭 언급했다.
"전 세계 지도자가 날 존경" vs "김정은 같은 독재자의 아첨일 뿐"
해리스와 트럼프는 이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등을 거론하며 맞붙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집권했을 때 세계가 혼란에 빠지지 않은 것은 전 세계 지도자들이 본인을 존경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말을 빌려와 본인으로 인해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미국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이에 해리스는 "김정은 등 독재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며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똑똑하다고 하고 김정은과는 러브레터를 주고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은 트럼프에게 아첨하면서 그를 조종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식권·불법이민 놓고도 설전…"상대가 거짓말"
생식권(낙태) 문제도 토론 테이블에 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로 대 웨이드' 사건 판결을 뒤집는 결정으로 낙태권을 폐기한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중 보수성향 3인을 자신이 임명해 왔다고 강조해 오다, 최근에는 유연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날 토론에서 해리스가 트럼프를 향해 '재집권 시 낙태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주장하자,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방어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트럼프가 낙태금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선 "밴스와 이 사안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민자들에 관해 언급하면서는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을 거듭 언급했다.
이에 해리스는 동의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왜 이런 극단적 얘기를 자꾸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ABC뉴스 또한 사실 확인 보도를 통해 트럼프의 해당 발언은 거짓이라고 전했다.
트럼프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들어와 미국의 근간을 와해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있어서도 해리스는 "나도 찬성하는 국경강화 법안에 대해 트럼프 본인이 통과 시키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이미 기소가 된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하는 실정"이라고 맞받았다.
해리스, 트럼프 형사사건 유죄 평결 거론하며 후보자 자질 집중 거론
해리스는 트럼프가 4건의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것과 관련, "경제사범, 형사사범, 선거개입 그리고 성폭력으로 기소가 되고 유죄 평결을 받은 사람이 이 자리에 있다"며 트럼프의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과 자격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서 참모총장, 국가안보보좌관, 국방장관을 지낸 인사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은 분명한 것 같다"고 공세를 폈다.
이에 트럼프는 제대로 직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난 해고했지만, 현 행정부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정색하며 반박했다.
해리스는 '중도층의 우려'를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우파 정책 제안집 '프로젝트 2025'를 언급하며 트럼프를 향한 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트럼프는 프로젝트 2025라는 위험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자 "나는 프로젝트 2025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읽지도 않았다"며 "그리고 앞으로도 읽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이날 2020년 대선 결과에 재차 불복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앞서 본인이 "근소한 차이로 졌다"고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은 "비꼬아서 말한 것"이라면서 "(내가 이겼다는) 증거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ryupd0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