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든 해리스, 방패 든 트럼프…'김정은 거론'하며 90분 혈투(상보)

'마이크 음소거' 상황서 표정으로 말한 해리스…트럼프는 불쾌
트럼프 "북·중·러, 날 두려워해" vs 해리스 "독재자들이 지지"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간의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스크린으로 토론회가 송출되고 있는 모습. 2024.09.10 ⓒ 로이터=뉴스1 ⓒ News1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강민경 김예슬 박재하 김성식 정지윤 기자 =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90분 동안의 토론이 마무리됐다.

예상과 달리 해리스가 창을, 트럼프가 방패를 드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10일 오후 9시(현지시간, 한국시간 11일 오전 10시)부터 ABC 뉴스 주관으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이번 TV 토론은 두 후보가 처음으로 대면해 공개 설전을 나누는 자리였다.

초박빙 승부가 이어져오고 있어 토론이 박빙 구도를 깰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던 가운데 당장의 분위기는 해리스에 대한 판정승으로 흘러가는 기류다.

해리스가 내민 손을 트럼프가 맞잡아 악수로 시작된 이번 토론은 종료 땐 악수 없이 끝났다. 해리스는 이날 검은색 정장을 입었고, 트럼프는 붉은 넥타이를 매고 무대에 섰다.

토론 내내 해리스는 본인 차례가 아니면 끼어들 수 없는 '마이크 음소거' 상황에서 표정으로 트럼프에 대한 반대 의사를 적극 표했다.

이와 함께 해리스가 시선을 트럼프 측이 아니라 종종 정면으로 두는 것을 두고 유권자들인 시청자와 소통하려 하는 것 같다는 평도 나왔다.

트럼프는 발언이 빨라지거나 얼굴이 빨개지는 등 토론에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못한 점이 눈에 띄었다. '마이크 음소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해리스를 향해 "내가 지금 발언하고 있다.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기도 했다.

해리스와 트럼프는 이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등을 거론하며 맞붙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집권했을 때 세계가 혼란에 빠지지 않은 것은 전 세계 지도자들이 본인을 존경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말을 빌려와 본인으로 인해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미국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이에 "김정은 등 독재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며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똑똑하다고 하고 김정은과는 러브레터를 주고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은 트럼프에게 아첨하면서 그를 조종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간 첫 TV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2024.09.10 ⓒ 로이터=뉴스1 ⓒ News1 윤주현 기자

이날 토론은 경제 문제로 포문을 열었다.

해리스는 자신을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일할 준비된 후보라고 소개하며 트럼프는 집권 당시 부자와 대기업에만 세제 혜택을 제공해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주제로 맞섰다. 본인이 대(對)중국 관세를 부과했을 땐 지금과 같은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없었다고 했다. 또 바이든과 해리스의 집권으로 이민자가 급증해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미국 경제가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해리스는 그러자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면서 동맹국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미국에 기반한 기술 투자에 집중하는 노력 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 트럼프는 어떻게 했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시 주석님, 감사합니다'하면서 느낌표를 땅땅 찍었다. 시 주석은 우리에게 투명한 정보, 기원을 공유하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에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그는 "해리스의 아버지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교수이고 그는 해리스를 잘 가르쳤다"면서 '해리스는 마르크스주의자'라는 자신의 주장을 거듭 언급했다.

생식권(낙태) 문제도 토론 테이블에 올랐다. 해리스가 트럼프를 향해 '재집권 시 낙태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주장하자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방어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트럼프가 낙태금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선 "밴스와 이 사안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민자들에 관해 언급하면서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을 거듭 언급했다. 해리스는 이에 "왜 이런 극단적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ABC 또한 사실 확인 보도를 통해 트럼프의 해당 발언은 거짓이라고 전했다.

트럼프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들어와 미국의 근간을 와해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있어서도 해리스는 "이미 기소가 된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맞받았다.

해리스는 "경제사범, 형사사범, 선거개입 그리고 성폭력으로 기소가 되고 유죄 평결을 받은 사람이 이 자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중도층의 우려'를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우파 정책 제안집 '프로젝트 2025'를 언급하며 트럼프를 향한 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트럼프는 프로젝트 2025라는 위험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자 "나는 프로젝트 2025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읽지도 않았다"며 "그리고 앞으로도 읽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이날 2020년 대선 결과에 재차 불복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앞서 본인이 "근소한 차이로 졌다"고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은 "비꼬아서 말한 것"이라면서 "(내가 이겼다는) 증거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간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2024.09.10 ⓒ AFP=뉴스1 ⓒ News1 윤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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