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 통해 '무작위 질문'…경제·이민·생식권 등 테이블로

[美대선 TV토론 D-1]④ '모든 주제' 토론 테이블 위로
네이트 실버 "해리스 오락가락 태도, 많은 문제 야기"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좌)과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우). 2024.07.22.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10일(현지시간) 밤 진행되는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TV 토론은 후보들이 사회자의 '무작위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그야말로 '모든 주제'가 토론 테이블 위에 올라온다는 뜻이다.

이번 토론을 주최하는 ABC 뉴스는 특정 주제를 공개하지 않았고, 공개 예정 또한 없다고 한다. 다만 이미 여러 달 대선 정국이 진행돼 온 만큼 예측은 가능하다.

두 후보에게 주어질 예상 토론 주제로는 경제(인플레이션), 이민(국경), 생식권(낙태), 범죄·총기 대응, 외교 문제 등이 꼽힌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되는 경제, 이민 문제를 강조할 가능성이 높고, 해리스는 트럼프의 공직 적합성과 생식권 논란을 파고들 전망이다.

트럼프는 2022년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한 책임이 해리스가 몸담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바이든-해리스가 경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크게 비판을 해왔다. 트럼프는 더 많은 석유를 시추하고 가스 가격을 인하하는 등 에너지 자립을 통해 관련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또 국내 기업에 대해서는 다양한 감세 정책을 펼치되, 해외 수입품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를 시행하겠다는 보호무역주의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해리스는 중산층을 지원하고 강화할 수 있는 '기회 경제'를 펼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저렴한 주택 공급, 자녀 세액공제 확대, 식품·식료품에 대한 기업의 바가지 가격 금지 등이 포함돼 있다.

최근 해리스는 환경오염을 이유로 반대했던 셰릴가스 추출법인 '수압파쇄법'(fracking·프래킹)에 대한 입장을 선회했는데, 이에 대한 질문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해리스는 입장 변화 이유로 수압파쇄법을 유지하면서도 기후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지만,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셰일가스 산업이 발달한 점을 고려했다는 해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는 이민, 국경 문제에 있어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재임 당시 남부 국경에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한 장벽을 건설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 등을 이유로 '이민 일시 중단'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번에도 합법적 허가 없이 미국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을 추방하고 '선천적 시민권'을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는 게 트럼프 입장이다. 특히 해리스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경 정책을 담당했으나 성과가 없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는 생식권을 주제로 트럼프에게 반격할 가능성이 높다.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2022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파기하면서 불거진 생식권 문제는 올해 대선의 '뜨거운 감자'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여성의 사생활의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낙태에 과도한 규제가 따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트럼프는 당초 자신이 '보수 대법원'을 만듦으로써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파기됐다며 선전해왔으나 선거 운동이 진행되면서 전국적인 낙태 금지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던 입장을 바꿔 지금은 각 주에 규제 여부가 달려있다고 말한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상점에서 어린이와 포옹을 하고 있다. 2024.09.0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범죄 대응과 관련해 트럼프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 하에서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오고 있다. 해리스는 이에 마약 카르텔 등을 상대로 싸운 검사 경력을 내세우면서 성추문 등에 휩싸인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를 들춰내는 모습이다.

이는 트럼프가 2020년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2021년 1·6의회 습격을 부추긴 상황을 근거로 한 '트럼프가 공직에 적합한 인물이냐'는 지적과도 맞물린다.

총기 문제에 있어서는 해리스는 총기 규제에 방점을 두고 있는 반면 트럼프는 총기 소지의 권리를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2조 등을 근거로 총기 소유 권리를 옹호하고 있다.

외교 문제에 있어 트럼프는 본인이 대통령이었다면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전쟁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란 입장이다. 자신이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다면 양 전쟁은 조기에 종식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한 동맹국들을 향해서도 방위비 지출을 늘리라며 압박하고 있다. 해리스는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편에 계속 서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앞서 언급된 해리스의 수압파쇄법 입장 선회를 비롯해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험) 전(全)국민 확대 추진 정책 철회, 불법 미국 이주에 대한 법 집행 강화와 같이 해리스의 우클릭은 시간이 갈수록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유명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는 "해리스가 이상하게도 언론에 노출되거나 구체적 정책을 설명하는 것을 꺼려하는 이유가 바로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태도 때문일 수 있다"며 "이 전략은 민주당의 후보 교체 분위기(바이든에서 해리스로)에 편승했을 땐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모시니에서 열린 선거 유세서 "우리는 '관세 국가'가 될 것이다. 동맹국이든 적성국이든 관계없이 관세를 무기로 한 강력한 보호주의 무역 정책을 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4.09.08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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