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려고 출마했나'…트럼프 화보집 66만원·디지털 카드 13만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 대선까지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신발, 성경, 책, 카드까지 닥치는 대로 자기 얼굴이나 서명, 캠페인 구호가 새겨진 물건들을 팔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물건을 팔며 폭리를 취하고 있는 트럼프에게 WP는 "어떤 대선 후보도 자신의 선거를 개인 이익 기업과 이렇게 밀접하게 연결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8월 말에 유권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각각 99달러(약 13만원)에 더 많은 디지털 트레이딩 카드를 판매할 것이라고 알렸다. 완전히 새로운 멋진 디지털 카드 50장을 판매한다면서 이에는 자신이 춤추는 모습과 비트코인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고 했다. 디지털 카드 15장을 사면 실제 사인이 들어있는 실물 카드 한장을 보내준다고도 했고 75장의 카드, 즉 7425달러(약 995만원)어치를 구매한 사람은 플로리다의 자신 소유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갈라 디너에 초대하겠다고도 말했다.

지난 3일에는 트루스소셜에 다른 게시물을 올렸다. 이번에는 화보집을 판매하는 것인데 사인이 없으면 99달러, 사인이 있으면 499달러(약 67만원)다. 그는 그것을 "미국 역사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불렀다.

이 두 경우 돈은 선거운동에 쓰이지 않고, 그의 영리 목적 벤처 기업으로 간다고 WP는 썼다. 서명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로열티를 붙여 파는 성경, 비싼 운동화, 금목걸이, 암호화폐 카드, 펜, 책, 해외 부동산에 대한 라이선스 수수료 등 엄청나게 다양한 상품을 트럼프는 이처럼 개인 영리 목적으로 판매했다.

선거 운동에 쓰이는 물품들은 트럼프의 회사 웹사이트에서는 더 비싸게 팔린다. 캠페인 중에 40달러(약 5만4000원)에 팔리는 마가(MAGA) 모자는 트럼프 회사에서는 55달러(약 7만4000원)에 팔리고 트럼프 2024라고 쓰인 캠페인 3x5 깃발은 43달러(약 5만8000원)였던 것이 트럼프 회사 웹사이트에서는 86달러(약 11만5000원)에 팔린다.

이런 행위에 대해 돈 폭스 미국 정부 윤리사무국(OGE)의 전 총괄 법률 고문은 "대통령직을 현금 벌기에 이용하는 후보는 역사상 없었다"고 개탄했다.

트럼프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부동산 제국을 버리고 출마했고, 대통령 정부 급여를 기부했으며, 백악관에서 근무하는 동안 순자산을 실제로 잃은 최초의 대통령이었다"고 밝혔다. 잘 나가던 사업가 직업을 버리고 대통령이 됐으니, 대부분의 정치인과 달리 이익을 위해 정치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WP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바람에 돈을 못 벌게 됐다고 하지만 다른 곳에서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마라라고 골프 클럽의 회원비를 70만 달러로 올린 것 등이다.

라이스 대학교의 대통령 역사학자 더글러스 브링클리는 "전직 대통령들은 종종 책을 팔거나, 연설하거나, 이사회에서 활동함으로써 돈을 벌었다"면서도 어떤 대통령이나 주요 정당 대선 후보도 트럼프처럼 물건에 대한 광범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거나, 대선 캠페인을 개인 사업 기업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마케팅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브링클리 교수는 트럼프의 선거 사업들을 "선거 운동 자본주의로의 새로운 도약"이라고 명명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른 일보다 자신이 많은 것을 할 필요가 없는 라이선스 거래와 일회성 사업에 관심이 있다. 특히 서명만 하면 돈을 더 많이 받는 책 관련한 일이나 어딘가에 나타나 주기만 하면 돈을 받는 거래, 또는 자신의 클럽에서 열리는 이벤트에 참석하는 것을 선호한다.

트럼프는 자신의 이름으로 브랜드화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에 라이선스 계약도 했다. 계약된 물품에는 골프화, 향수, 쿨러(냉방기), 샌들 등 다양한 제품이 있다. 또 신앙심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경을 홍보하며 30만 달러(약 4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올린 영상에서 "모든 미국인은 집에 성경이 필요하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기도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