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이건' 두고 갈리는 진보·보수 평가…"미 사회 분열상"

진보 성향 평론가들 "투박한 전기" vs 보수 팬들 "왜 폄하하나"

14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도심에서 짐을 든 사람이 공화당 출신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에 대한 영화 포스터가 걸린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2024.07.14. ⓒ AFP=뉴스1 ⓒ News1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미국 대통령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개봉한 영화 '레이건'(Reagan)을 둘러싼 반응을 보면 현 시점에서 극도로 양극화된 '미국의 분열'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보 성향의 영화 평론가 측과 보수 성향의 관객들 간 완전히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개봉한 숀 맥나마라 감독의 영화 레이건은 1981년부터 8년 동안 미국 대통령을 지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무명 영화배우에서 공화당 출신의 대통령으로 거듭난 레이건은 '보수 진영의 영웅'으로 칭해질 정도로 보수주의 이념을 현실에서 가장 잘 구현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데니스 퀘이드(70)와 데이비드 헨리(35)가 각각 정치 지도자 레이건, 청년 레이건을 연기한 이 영화는 영화 평가 웹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관객들로부터 98%의 긍정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21%만이 이 영화를 긍정 평가했다.

5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전문 평론가들 대다수는 이 영화를 '논란의 여지가 있는 지도자의 결점을 생략한 투박한 전기'라고 혹평했다.

반면 반대 진영에 있는 팬들은 '엘리트주의 비평가들이 좌파 정치를 위해 '고양'과 '애국'을 내세운 영화를 폄하한다'고 비난했다.

영화 개봉 시기가 대선 두 달 앞이라는 점도 진영 간 충돌에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다.

다만 영화 제작자들은 개봉 시기가 대선 때와 맞물린 것은 우연이라는 입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할리우드 파업으로 개봉이 지연됐다는 것이다.

영화에는 보수 진영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면들과 함께 올해 대선 과정과 비슷한 상황들이 담겨 눈길을 끈다. 영화는 1981년 레이건이 총에 맞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는 올해 7월 총격 사건을 겪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또 레이건이 캠퍼스 시위에 맞서는 모습과 고령화 문제 등으로 대선 토론에서 민주당 라이벌과 대립하는 모습도 담겼다.

캠퍼스 시위는 올해 초 벌어진 대학가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를 연상시킨다. 당초 올해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고령 리스크'로 고충을 겪은 바 있다.

맥나마라는 이에 대해 "이런 일들이 지난 몇 달 사이에 갑자기 일어났다"며 "그 유사성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에서 러시아 정치인 빅토르 이바노프를 연기한 보수 성향의 할리우드 배우 존 보이트(85)는 페이스북이 이 영화의 광고를 검열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는 해당 영화의 일부 광고가 선거 관련 게시물로 잘못 식별돼 일시적 제한이 있었으나 곧 복구됐다고 설명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