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격전지 판세]노스캐롤라이나, 고학력자 유입에 '공화 텃밭' 탈피

선벨트③…90년대 이후 히스패닉 인구 증가·여성 51%
지난 대선 때 트럼프 1.3%p 차 승리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약 두 달 뒤로 다가온 미국 대선의 승자가 누가 될지 안갯속이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만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단에 승자독식의 규칙이 적용되기에 표에서 앞서고 선거에 지는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몇 개 경합주의 판도를 주시하는 이유다.

미국 남동부 대서양안에 위치한 노스캐롤라이나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텃밭이었지만 최근 들어 경합주로 분류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미국 역사 초기에 광대한 소나무 숲에서 해군 선박에 방수를 위해 바르는 타르와 피치, 그리고 테레빈유 등이 생산됐기에 '타르힐스테이트'(tar heel state)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 28번째로 크고 인구는 9번째로 많은 노스캐롤라이나의 표심은 더욱 읽기 어려운 곳으로 평가된다. 경제가 중요한 '러스트벨트'나 이민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국경 인접주도 아닌 데다가 부동층 비중이 높다.

약 1040만명의 인구 가운데 62%는 비 히스패닉 백인이다. 흑인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인구(22.2%)와 히스패닉 인구(10.5%)도 상당하지만, 아시안은 3%대에 불과하다. 70%가 넘었던 백인 인구는 1990년대 들어 점차 감소해 이같이 60%를 갓 넘는 수치가 됐다. 그사이 늘어난 것은 히스패닉계 인구로, 다수가 멕시코에서 왔다. 여성은 또 다른 핵심 투표 집단으로, 노스캐롤라이나 인구의 51%를 차지한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선거인단 수는 16명. 등록 유권자 대부분은 무소속(36.11%)이고, 32.93%는 민주당, 30.28%는 공화당 소속이다.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 로이 쿠퍼다.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쉬보로에서 열린 유세 행사에서 방탄유리에 둘러싸인 채 연설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총격 사건 이후 첫 야외 유세였다. 2024.08.21/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지난 50년간 대선에서 1976년 지미 카터와 2008년 버락 오바마 제외하고 모두 공화당이 승리했다. 그래서 원래 경합주는 러스트벨트의 위스콘신과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와 남부 선벨트로 불리는 조지아, 네바다, 애리조나 6개 주였다. 하지만 2020년 대선 때 트럼프가 1.3% 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이긴 것, 최근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를 이유로 경합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민들의 주된 관심은 경제, 낙태, 이민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하이포인트 대학교의 올해 4월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의 76%가 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이 매우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했다.

낙태권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관심을 갖는 주제다. 낙태권을 인정한 로앤웨이드 판결이 뒤집힌 후 공화당이 주도하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의회는 2023년에 새로운 낙태법을 제정하여 낙태 제한을 더욱 강화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정치학 교수 마크 헤더링턴은 지나치게 엄격한 낙태 금지가 올해 대선에서 공화당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보았다. 여러 여론 조사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 주민의 절반 이상이 낙태 금지를 지지하지 않는다.

노스캐롤라이나가 국경에 인접한 주는 아니지만 불법 이민도 대선 후보를 선택할 때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불법 이민에 대한 우려는 국경 근처인가 아닌가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의 유세장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겸 민주당 대선 주자가 경제 공약과 관련한 정책 연설을 하고 있다. 2024.08.16/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유명 선거 분석 웹사이트 쿡폴리티컬리포트(CPR)는 지난주 노스캐롤라이나를 "공화당 우세"에서 "반전"으로 바꾸며 해리스가 경선에 나선 이후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CPR이 7월 말~8월 초에 실시한 경합주 여론 조사에서는 해리스가 트럼프를 1%포인트(p) 차이로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에 실시한 조사에서 바이든이 7%p 차로 뒤지고 있던 것에서 큰 변화다.

최신 여론조사들의 평균값을 내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현재는 트럼프가 0.7%p 앞서 있다. 선거 분석 웹사이트 '디시전 데스크 HQ(DDHQ)'는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65%로 보고 있다.

포브스는 이 지역에 3개의 대형 연구 대학이 있고 하이테크 및 생명 과학 산업이 성장하면서 고학력자 유색 인종들이 증가하며 인구 분포를 바꾼 것이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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