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핵 보유시 전세계 비확산 체제 균열…트럼프 당선 가능성도 영향"

중국의 지속적인 군비 확장…일본·호주 등 핵 보유 필요성 높여
美, 중국의 대만 침공 못 막으면 핵 확산 가속화 가능성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해군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순항유도탄 잠수함 '미시건'(SSGN-727).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북한의 위협이 고도화되면서 핵 보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핵 보유는 전 세계 핵 비확산 체제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29일 핵 비확산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전 세계에서 미군의 철수를 거론했다.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제재와 고립, 군사적 행동으로 잠재적 핵확산 국가들을 위협하면서 동맹국들에겐 군사적 보호를 제공하면서 핵무기 보유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해왔으나 미군이 철수하면 동유럽과 동아시아의 동맹국들은 핵 확산과 국가적 자살(national suicide) 사이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미국과의 동맹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핵 보유에 나설 가능성은 낮지만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 무장의 필요성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될 것이고 이러한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통신의 분석이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협의 그룹(NCG)을 신설하기로 하면서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했다. 확장억제는 동맹국들이 핵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본토 방위에 준하는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하는 개념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핵 무력을 계속 강화하고 러시아와도 군사 협력을 이어가자 북한의 무기가 미국의 방어 능력을 넘어설 경우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도 핵 무장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한미동맹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해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바 있다.

통신은 또 중국의 군비 증강 등 전 세계적 군사적 균형의 변화도 핵 비확산 체제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향후 10년 동안 군비 확장을 지속할 경우 일본이나 호주 등도 방어를 위해 핵무기 보유를 생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핵 보유 국가들이 핵을 보유하지 않은 국가들을 공격하는 경우가 반복될 경우에도 핵 확산이 가속화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지 못하거나 막을 의지가 없을 경우 핵 확산 압력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도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약 10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미국, 영국 등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NPT에 가입하면서 핵을 포기했다. 이에 우크라이나가 핵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됐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