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수락 연설서도 '인도계 어머니' 언급…"불의에 맞서라 가르쳐"
인도서 유학온 샤말라 고팔란 …유방암 권위자로 맥길대 의대 재직
어머니의 '코코넛 비유' 밈화…해리스 자서전서 "인도 문화 인식"
- 김성식 기자,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권진영 기자 =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후보직을 공식 수락하는 연설에서도 자신의 인도계 어머니를 언급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상징이 된 '코코넛 나무'도 어린 시절 어머니의 충고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이젠 유명한 일화다. 부통령 삶 전반에 어머니가 남긴 흔적이 확인된 만큼 샤말라 고팔란 여사의 생전 행적도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일리노이주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대선후보 지명을 수락한다"는 연설로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2009년 작고한 어머니 고팔란에 대해 직업적으로 성공했지만, 그럼에도 종종 인종차별에 시달렸다며 자신과 여동생에게 "불의에 불평하지 말고 이에 맞서 무엇이든 하라고 가르치셨다"고 회상했다.
1938년 인도 남부 도시 마드라스(현 첸나이)에서 태어난 고팔란 여사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길 원했던 할아버지의 당찬 포부를 물려 받았다고 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어머니는 19살의 나이에 흔들리지 않는 꿈을 안고 나 홀로 인도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고 말했다. 고팔란 여사는 당시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석사과정에 입학했고, 1950년대 미국 대학가를 휩쓸었던 민권 운동에도 참여했다.
고팔란 여사는 1963년 자메이카계 흑인 도널드 J. 해리스를 만나 두 딸을 낳았지만, 8년 만에 이혼했다. 해리스를 낳은 1964년에는 UC 버클리에서 영양학·내분비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캐나다 맥길대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유방암 권위자가 됐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장녀로서 저는 세상이 어머니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았다"면서 "하지만 어머니는 결코 냉철함을 잃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해 백악관에서 주최한 교육권 관련 대통령 자문위원회 행사에서도 어머니를 소환한 바 있다. 그는 "모든 것은 맥락 속에 이뤄진다"며 "저희 어머니는 가끔 저희를 힘들게 하시면서 '너희 젊은이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네가 뭐 방금 코코넛 나무에서 뚝 떨어진 줄 아냐'고 말씀하셨다"고 회고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앞선 세대가 일군 환경 속에서 살아가며, 이런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로 꺼낸 일화였다.
낯선 비유와 혼자만 웃는 모습에 발언 직후에는 '상황에 맞지 않은 발언'이라며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발언 영상이 소셜미디어 공간에선 경쾌한 팝 음악·비트와 합성돼 점차 밈(meme)으로 승화됐다. 이제 코코넛 나무는 호탕한 웃음과 함께 해리스 부통령의 떼어 놓을 수 없는 상징이 됐고, 현재 그의 지지자들은 코코넛과 야자수 이모티콘을 해리스 응원 문구로 사용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하면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인도계 정체성을 더욱 강조하기도 했다. 경선 1년 전 발간한 회고록에선 자신의 "인도식 이름은 우리의 유산을 떠올리게 했다"며 "인도 문화에 대한 강한 인식과 감사를 갖고 자랐다"고 적었다. 이어 "어머니가 애정과 좌절을 모국어로 표현했는데 그 감정의 순수함이 나와 어머니를 잇는 것이라 모국어가 내게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고팔란 여사가 해리스 부통령의 정체성을 인도계로만 묶어둔 것은 아니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회고록에서 "어머니는 자신이 흑인인 딸 둘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도 잘 이해했다"며 "특히 미국에선 마야(여동생)와 나를 흑인 소녀로 볼 것이란 걸 알고 계셨고, 우리가 자신감 있고 당당한 흑인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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