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 운용 지침' 수정…러·중·북 핵 위협 고조에 대비"
中 핵 확장 속도 예상보다 빨라…2035년까지 1500개 핵무기 보유 전망
러, 핵무기 사용 가능성…北, 60개 핵무기 보유 추정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 정부가 지난 3월 억지 전략을 재조정하는 '극비 핵 전략 계획'을 승인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의 핵 위협과 중국, 북한 등이 빠르게 핵무기를 확장해 나가는 데 대응하는 차원에서다.
'핵 운용 지침'(Nuclear Employment Guidance)라고 불리는 미국의 핵 전략은 4년 정도 마다 업데이트가 되는데 전자 사본도 없고 소수의 국가 안보 관계자와 국방부 지휘관에게만 인쇄본이 배포될 정도로 엄격하게 기밀을 관리한다.
그러나 NYT에 따르면, 최근 두 명의 정부 관계자가 해당 전략의 수정을 시사했다
미국 국방부에서 근무했던 니핀 나랑 MIT 핵 전략가는 이달 초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다수의 핵무기로 무장한 적을 물리치기 위해 업데이트된 핵무기 운용 지침을 발표했다"며 "특히 지침엔 중국 핵무기의 규모와 다양성이 상당히 증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프라나이 바디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비 통제 및 비확산 담당 선임 보좌관도 지난 6월 핵 운용 지침을 언급하며 "미국이 핵무기와 비핵무기의 조합으로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발생하는 핵 위기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처음으로 자세히 검토했다"며 "새로운 전략은 러시아, 중국, 북한을 동시에 억지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핵 운용 지침을 수정한 이유는 과거엔 러시아의 핵 위협만 견제하면 충분했으나 이제는 중국과 북한도 핵무기를 확장하고 있고 적대국 간 협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상황 판단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핵 무기 사용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전쟁 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 무기 사용을 재차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 미국은 러시아 고위 지휘관들의 대화를 감청해 러시아의 핵 무기 사용 가능성이 50%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국무부와 국가안보회의에서 근무했던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 명에 회장은 "우리는 과격화된(radicalized) 러시아를 상대하고 있다"며 "재래식 분쟁에서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더 이상 안전한 생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핵무기 확장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소한의 억지력'을 유지하겠다는 수십 년 간의 전략을 폐기하고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핵무기를 넘어서겠다고 결심하면서 중국의 핵 확장 속도는 미국 정보당국이 2년 전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빨라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이 2030년까지 1000개, 2035년까지 1500개의 핵 무기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핵 무기 보유를 늘리고 있는 북한도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북한은 현재 60개 이상의 핵무기와 제작 연료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소수의 (핵) 무기만 보유했을 때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억지할 수 있었으나 북한이 핵무기를 확장해 그 규모가 파키스탄과 이스라엘에 빠르게 근접하면서 러시아 및 중국과 함께 위협을 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커졌다고 NYT는 전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무기 지원을 대가로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면서 적대국 간 협력 할 가능성도 높다.
니핀 나랑은 "새로운 도전 과제는 핵무기를 보유한 적대국 간의 협력과 공모 가능성"이라며 "언젠가 냉전 이후의 25년을 '핵 휴지기'(nuclear intermission)라고 돌아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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