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대관식' 변수된 친팔 시위…"이스라엘 무기 지원 막자"
1968년 시카고 '피의 전당대회' 재현 우려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일리노이주(州) 시카고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전당대회장 근처에서 이스라엘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며 1968년 '피의 전당대회'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민주당은 오는 19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대통령 후보로 공식 추인할 예정이다.
민주당전국위원회(DNC)는 "시카고는 중서부의 중심에 위치한 연합도시"라며 "당과 국가의 다양성을 대표한다"고 시카고를 전당대회 개최지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시카고는 민주당과 공화당 전당대회가 25번이나 열린 곳이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대의원 5000명을 비롯해 자원봉사자, 언론인 등 5만 명의 방문객으로 붐빌 전망인 가운데 친(親)팔레스타인 활동가들 역시 수만 명을 동원한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전역의 약 200개 단체가 참가한 'DNC 행진'(March on the DNC)은 전당대회 첫날과 마지막 날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미국 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홈구장 '유나이티드 센터' 밖에서 수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이들은 미국 정부의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할 방침이다.
전당대회 나흘간 시카고에서는 최소 6개의 대규모 시위가 계획됐으며, 가장 큰 시위는 전당대회 첫날인 19일 예정됐다.
미국 팔레스타인 공동체 네트워크의 전국 의장이자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활동가 단체 연합의 대변인인 하템 아부다예는 "우리는 함께 모여 '전속력으로 전진하고, 전력을 다하자'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또 시위에는 200여 개의 단체가 모인 만큼 낙태권, 노동 문제, 기후변화 등 다양한 정책과 관련된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나, 주된 문제는 가자지구 휴전 문제일 것이라고 아부다예는 전망했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해리스 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젊은 층의 표심과 연결돼 있다. 해리스 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유세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즉각 휴전을 촉구했고, 지난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에도 불참했다.
그러나 18일 시위의 리더인 앤디 세이어는 폴리티코에 "양의 탈을 쓴 늑대에게 속지 마라"며 "해리스는 이스라엘을 100% 지지하며 이스라엘로의 무기 흐름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 측에서는 전당대회 기간 시위가 벌어질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리스 캠프 대변인 로렌 히트는 폴리티코에 "부통령은 여러분이 목소리를 내고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것이 미국인으로서 정체성의 근본이라고 믿는다"며 "해리스 부통령은 가자지구에서의 영구적 휴전과 인질 석방을 위한 현재 논의 중인 협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1968년 민주당 전당대회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시 시카고에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가운데 베트남 전쟁 반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 유혈사태로 번지며 1명이 숨지고 시위대 약 500명과 경찰관 150여 명이 다쳤다.
시카고 당국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유나이티드 센터 주변 도로는 17일 오후 7시부터 폐쇄됐으며, 시카고 당국은 유나이티드 상공과 외부 교통 등 모든 보안 강화를 위해 12개 이상의 다른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브랜던 존슨 시카고 시장은 ABC뉴스에 "시카고 경찰과 미국 비밀 경호국은 안전하고 평화로우면서도 활기차고 흥미로운 대회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주지사도 CNN에 "(1968년과는) 상황이 다르다. 사람들이 징집돼 해외로 나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나는 시위대가 평화적 시위를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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