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 입히고 미국에도 함구…우크라 '러 급습' 성공 비결
NYT 14일 美정부 "수미주 병력·무기 집결시 '훈련' 핑계"
러군 수뇌부, 우크라 과소평가해 '공격 준비' 보고 묵살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개전 이후 처음으로 지난 6일(현지시간) 러시아 본토를 급습한 우크라이나군이 불과 7일 만에 서울 면적(605㎢)보다 큰 800㎢를 장악한 것으로 파악됐다. 작전 참여 장병과 최대 지원국 미국에 진격 계획을 알리지 않았던 우크라이나군의 철통같은 보안 유지와 오랜 전쟁으로 쌓인 러시아군의 방심이 깜작 성공을 낳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4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진격에 대해 사전 정보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 관료들은 NYT에 작전이 유출되거나 미국의 만류를 받을까 봐 일부러 알리지 않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은 지난 5월 사거리가 300㎞로 늘어난 신형 에이태큼스(ATACMS)를 우크라이나에 인도하면서 자국산 무기를 통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승인했지만, 여전히 확전을 우려해 공격 범위를 국경 인근으로 제한한 바 있다.
이처럼 철저한 보안을 중요시했던 우크라이나군 수뇌부는 작전 참여 부대에도 개시 사흘 전에야 관련 계획을 알렸다. 우크라이나군의 아르템 중령은 NYT에 지난 3일 여단장이 고위 장교들을 회의에 소집해 작전 내용을 발표했다며 그간 병력과 무기를 국경 인근으로 이동할 때는 '훈련'과 '새 장비 반입'을 명분으로 댔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우크라이나군 장교는 그동안 '눈에 띄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국경 인근 마을과 도시에 진입할 때 군복 대신 사복을 입었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동북부 수미주(州) 주민들도 최근 병력이 증가한 점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아챘더라도 방어 태세를 강화하는 수준으로 치부했다고 한다. 수미는 결국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주로 진격하는 발판이 됐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하르키우주(州)에서 1년 넘게 러시아군을 방어하는 데 급급했던 제22기계화여단 드론 대대와 제80·82공격여단 보병대대들이 지난달 중순 수미에 집결했다. AFP 통신은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분석을 토대로 우크라이나군이 진격 7일 만인 지난 13일 기준 쿠르스크 일대 800㎢를 장악한 것으로 집계했다.
러시아군 일각에선 수미 일대의 우크라이나군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했지만, 군 수뇌부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전직 러시아 육군 고위 장교였던 안드레이 구룰료프 국가두마 의원은 현지 국영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군의 급습이 있기 한 달 전 군 지도부에 '적군이 공격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올라왔지만 "상부에서는 당황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탄했다.
NYT는 "우크라이나는 탄약이 부족한 데다 동부 전선에서 고전했기 때문에 새로운 공세를 펼칠 수 있다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짚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를 점령한 것을 마지막으로 1년 가까이 교착 상태에 빠졌던 전선은 지난 2월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아우디우카 마을을 수복하고, 5월부터는 이보다 북쪽에 있는 하르키우·수미주에서 공세를 강화하면서 우크라이나군에 크게 불리해진 상태였다.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진격은 2022년 2월 러시아군의 침공 이래 처음이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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