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 들고 있던 美 20대 한인 여성, 경찰 총격에 사망

2017년 조울증 진단…"경찰이 과잉 공격"
亞 단체 "유색인종 또 피해…엄중 조사를"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주 호보컨역 인근에서 구급대원과 경찰이 보인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2016.09.29ⓒ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최근 미국 뉴저지주에서 한국계 미국인 여성 1명이 경찰의 총격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아시아계 단체가 반발에 나섰다.

8일(현지시간) 지역 매체인 노스저지닷컴에 따르면 뉴저지주와 몬트클레어 지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 섬 거주자를 대변하는 비영리 단체인 AAPI 뉴저지는 최근 사망한 빅토리아 리(26)의 사망과 관련해 성명을 발표했다.

AAPI 뉴저지는 "지난달 28일 포트 리 지역의 경찰관이 26세의 한국계 미국인 빅토리아 리를 살해한 사건에 대해 깊은 우려와 슬픔을 표한다"며 "우리는 빅토리아의 삶을 기리고 유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적었다.

이어 "빅토리아는 가족이 911에 전화해 의료지원과 지역 병원으로 이송을 요청했을 때 정신 건강 위기를 겪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뉴저지주 검찰총장 사무실에 따르면 앞서 지난달 28일 아침 경찰은 포트 리 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정신 건강 위기에 대한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신고자는 리의 형제로, 리가 흉기를 들고 있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도착해 집 밖에서 신고자와 이야기를 나눈 경찰은 안에 있는 리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외쳤고, 응답이 없자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이윽고 안에 있던 리가 경찰에게 다가서자 경찰관은 가슴에 총격 1발을 쐈다.

성명에 따르면 리는 2017년에 양극성 장애(조울증)을 진단을 받은 적 있다. 이날 리가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자 가족들은 911에 전화해 구급차를 요청했고, 이후 오해를 피하기 위해 다시 전화를 걸어 리가 칼을 들고 있고 크기가 작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족들은 집에 들어가지 말고 경찰의 대응을 기다리라는 답변을 들었다.

경찰이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당시에도 리는 칼을 들고 있지 않았고 플라스틱 물병을 움켜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은 총격 당시 리가 위협을 하지 않았는데도 경찰이 불필요하게 공격적으로 접근해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또 가족들이 요청한 구급차는 오지 않았으며 총격 이후에도 의료진이나 구급대원은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API 뉴저지는 "이러한 사건은 유색 인종이 법 집행 기관과의 충돌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분명하게 보여준다"며 "불필요한 법 집행 개입을 줄이고 문화적 대응력과 언어 다양성을 갖춘 정신 건강 서비스 및 지역 사회 기반 프로그램에 투자할 것을 촉구한다"고 설명했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