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반독점 소송 패소…검색사업 운영방식 변경할듯(종합)

"삼성·애플에 매년 수조원 지출…스마트폰서 기본 검색엔진 설정"
1심 패소판결에 구글, 항소 방침…법무부는 "대기업도 법지켜야"

미국 뉴욕시 맨해튼 자치구에 있는 구글 사무실 전경 <자료사진>. 2020.10.20. ⓒ 로이터=뉴스1 ⓒ News1 신은빈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검색 왕국을 구축한 구글이 독점 기업이라는 미국 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스마트폰 내 기본 검색엔진으로 설정되기 위해 삼성·애플에 매년 수조 원을 지출,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방해했다는 게 1심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이 검색 사업 분할 매각 등 구체적인 시정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사업 운영 방식 쇄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 컬럼비아특별구(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5일(현지시간) 구글이 검색엔진 및 검색광고 시장에서 사업 독점 및 담합을 금지하는 셔먼법 제2조를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미트 메흐타 판사는 판결문에서 "구글은 독점 기업이다.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독점 기업처럼 행동했다"고 적시했다.

메흐타 판사는 검색엔진 접속 방식이 개인용 컴퓨터(PC)에서 스마트폰으로 이전된 2010년대를 전후로 구글 점유율이 더욱 늘어난 데 주목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09년 80%였던 구글의 검색시장 점유율은 2020년 온라인과 스마트폰에서 각각 90·95%까지 올라갔다.

그는 구글이 스마트폰 웹브라우저에서 기본 검색엔진으로 설정된 탓에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며, 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2021년 한해에만 263억 달러(약 36조원)를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애플에 지불했다고 꼬집었다. 이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구글이 독점적으로 수집해 검색 품질을 높이는 효과도 낳았다는 게 메흐타 판사의 판단이다.

메흐타 판사는 구글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동안 검색 결과에 게재되는 광고에 대한 독점권도 공고해졌으며 이는 '무제한적인 광고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구글 광고는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의 77%를 차지하는 핵심 수익원이다. 그럼에도 구글의 검색·광고 독점 행위에 대해 이날 법원은 별다른 시정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검색사업 쪼개질 수도…23년 전 MS는 법무부와 합의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6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20년 구글을 제소한 미국 법무부가 구체적인 처벌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도 시정 명령을 유보한 것으로 해석했다. 따라서 메흐타 판사가 별도의 재판을 열어 미 법무부로부터 처벌 방안을 받은 뒤 이후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향후 재판에선 스마트폰 제조사와 맺은 계약 조정부터 검색 사업 분할까지 다양한 옵션이 거론될 수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도 법원이 추후 재판에서 "구글의 운영 방식을 변경하거나 사업 일부를 매각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현재로선 미 법무부와 법원이 사업 강제 매각보다는 운영 방식 개선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메흐타 판사가 문제 삼은 대목은 주로 기본 검색엔진 설정과 관련 있어서 계약 조정만으로도 독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서다.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와 추가 계약을 하지 않으면 '돈 주고 검색시장 점유율을 샀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기본 검색엔진이 아닌 상태에서도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구글을 사용하면, '최고의 검색 엔진을 제공한 죄밖에 없다'는 사측의 항변을 입증하는 셈이다. 유럽연합(EU)이 지난 3월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엄격히 금지하는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하자 구글은 유럽 시장에 한해 자사의 웹브라우저 크롬에서조차 기본 검색엔진 설정을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미 법원이 기술기업을 상대로 독점 금지 위반 판결을 내린 건 마이크로소프트(MS) 이후 26년 만이다. MS는 자사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자사 컴퓨터 운영체제(OS) '윈도'에 기본 탑재해 1998년 1심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판결을 받아 회사 분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2심에서 분할 명령이 기각됐고, 2001년 원고였던 법무부와 경쟁사 웹브라우저도 윈도에 자유롭게 탑재할 수 있도록 합의해 소송을 종결했다.

한편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의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된 미 기술기업은 현재 구글 외에도 아마존, 애플, 인스타그램, 메타 등 4곳에 이른다. 이중 구글 판결이 처음으로 나옴에 따라 다른 기술기업들의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 법무부는 전날 판결 소식에 "다음 세대를 위한 혁신의 길을 열어줬다"며 "대기업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환영했다.

반면 구글은 전날 성명을 내고 "법원이 "구글이 최고의 검색 엔진을 제공한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소비자가 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날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주가는 기술주 하락세에 소송 패소까지 맞물려 전 거래일 대비 4.5% 하락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