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면전 촉발해도 상관없다"…미국 요청에도 '대화 거부'

WSJ "미, 이란에 '자제력 보이면 서방과 관계 개선' 신호 보내"
4월과는 다른 양상…네타냐후 "'악의 축' 맞서 시나리오 대비"

3일(현지시간)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인근 도로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의 모습. 지난달 31일 피살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왼쪽부터)와 2020년 1월 피살된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지난달 30일 피살된 헤즈볼라 고위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2024.08.03.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이번 대응이 전쟁(전면전)을 촉발하더라도 상관없다."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4일(현지시간) 미국 종합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날(3일) 이란 측은 아랍 외교관들에게 이같이 입장을 밝히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보복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미국과 아랍 외교관들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 완화를 위해 이란과 헤즈볼라(레바논 무장정파)에 대화를 시도했으나 이들은 대화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동 지역은 현재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레바논 무장정파(헤즈볼라) 최고위급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연이어 사망한 가운데 이들 암살 주체로 이스라엘이 지목돼 있다.

헤즈볼라, 하마스 등 이란이 지원하는 반(反)미국·이스라엘 연대인 '저항의 축'이 분노에 들끓고 있고 특히 이란의 경우, 하니예 사망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벌어지면서 자존심이 단단히 상한 상황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군사적 긴장 완화를 압박하는 것은 물론 유럽을 비롯한 다른 파트너 정부들에 '확전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이란에 전달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이란이 어떤 공격을 하든 대응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이란이 자제력을 보일 시, 이란 신임 대통령의 '서방과의 관계 개선' 노력이 '더 나은 기회'를 가질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4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열린 시오니즘 지도자 제프 자보틴스키의 추모식에 참석해 "우리를 겨냥한 공격 땐 가자지구, 예멘, 베이루트 등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장거리 공습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2024.08.05.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지난 4월 부딪혔을 때와 판이하게 다른 상황으로 알려진다. 당시 이란은 주시리아 이란 영사관 폭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등으로 공격을 가했는데, 이때 이란은 주변 외교관들에게 대응을 통보한 것은 물론 이스라엘과 미국 또한 자신들의 공격에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WSJ는 "그러나 이번에는 이란이 공격의 충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자세한 경고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어떤 보복 공격에 대해서도 방어하고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은 현재 이란의 '악의 축'에 맞서 여러 전선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는 방어적이든 공격적이든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들에게 반복한다. 우리는 모든 영역에 있어 우리를 향한 어떤 침략 행위에도 대응하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4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 당시 이스라엘과 미국 등에 자국 영공을 열어줬던 요르단은 이번에도 같은 조치를 취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WSJ는 전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이날 이란을 방문해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최근 "우리의 영공을 침범하려는 자가 누구든 이에 맞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전화 통화를 갖는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