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이다" 트럼프 총격 30초 전 알렸지만 수신 안돼…경호실패 종합판

감시 드론 사용은 거절하고 보유 시스템은 오작동
비밀경호국, 장비 활용에 소극적 태도…R&D, 총 예산의 1% 미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선거 집회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하자 경호원들이 트럼프를 둘러싸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을 두고 경호 실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예고된 인재'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호 당국의 안일한 생각과 행동들로 막을 수 있는 여러 순간들을 놓쳤다는 이유에서다.

암살 방법 등은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호 당국은 이를 저지할 경호 장비의 필요성에 대해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어 향후 경호의 안전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살 사건은 그야말로 경호상 허점의 총집합이었다. 경호를 맡은 미국 비밀경호국(SS)은 당시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현장에서 △감시 드론 사용을 거절했고 △경호 요원 간 통신 신호를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지 않았으며 △승인받지 않은 드론을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은 작동하지 않았다.

로널드 로우 비밀경호국 국장 대행도 지난 30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비밀경호국이 사건 발생 전 범인을 발견했고 검문할 수 있는 도구도 갖고 있었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천 명의 지지자들로 통신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범인이 유세현장에서 띄운 드론을 저지할 대응 시스템도 제대로 사용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통신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이동 통신 시스템이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장치를 설치하지도 않았고, 범인을 발견할 수 있는 감시용 드론은 보유하지 않았으며 현지 법 집행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시스템 사용도 거절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 현지 경찰이 총격 발생 30초 전 무전을 통해 "장총이다"라고 알렸으나 비밀경호국에 전달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미국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당시 구조대원 간 상호 운용성이 부족해 100여 명의 소방관들이 사망하자 문제 해결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경호 실패로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 셈이 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비밀경호국이 경호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는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비밀경호국 예산은 지난 2014년 약 23억 달러에서 올해 31억 달러로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예산 문서에 따르면, 비밀경호국은 새로운 보안 도구 및 기타 요구 사항에 대한 연구개발에 전체 예산의 1%도 안 되는 연간 약 400만 달러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내년 연구개발 자금으로 요청한 예산은 220만 달러로 더 줄었다.

수십 년 전 정부 감사 때 소지하고 있는 무기와 몸으로 경호를 하는 1950년 방식에 의존한다며 기술 수용이 느리다고 비판을 받고서도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이다.

전직 비밀경호국 직원이면서 보안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마이크 마트랑가는 "우리는 2024년에 살고 있다"며 "왜 정부가 기술 개발 및 활용에 가장 늦느냐"고 지적했다.

기술 수용에 둔한 비밀경호국에 좌절해 사임한 크리스 드먼브런은 "비밀경호국이 새로운 기술을 평가하고 도입하기 위한 승인과 자금을 확보하는 데 수 년이 걸릴 수 있다"며 "직원들에게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까지 더하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