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러 수감자 맞교환은 해리스 덕"…트럼프 "돈 준거 아냐?" 볼멘소리

대선 96일 앞두고 외교 성과…"해리스, 독일과 중요한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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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수감자 맞교환에 합의했다고 발표하며 그 공을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돌렸다.

이번 거래로 러시아에 간첩 혐의로 구금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32)와 미 해병대 출신 폴 웰런(54)을 포함한 미국인 3명과 미 영주권자 1명이 돌아오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와 협상을 타결하는 데 해리스 부통령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그의 외교력을 치켜세웠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2월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올라스 숄츠 총리와 만나 수감자 교환 논의를 진전시켰다고 설명했다.

당시 해리스 부통령은 숄츠 총리와 독일에서 복역 중인 러시아인 바딤 크라시코프의 석방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크라시코프는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소속 암살자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19년 독일 베를린에서 조지아 국적의 전직 체첸 반군 사령관을 암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에 억류된) 미국인의 석방을 확보하기 위해 결정적인 부분이 크라시코프의 석방일 것이라는 점이 일찍부터 분명했기 때문에, 해리스 부통령은 숄츠 총리에게 그 필요성에 대해 직접 이야기했다"며 그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선을 96일 앞둔 시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 성과를 거둔 건 민주당에 분명한 호재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편한 심기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수감자들의 귀환을 환영하는 대신 "(러시아에) 현금을 준 것 아니냐. 우리가 살인자와 깡패를 풀어준 거 아니냐"고 반문하며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반발했다.

WP는 양국의 수감자 교환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력을 비판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약화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직 자신만이 해외에 수감된 미국인을 석방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후보직 수락 연설을 하며 "내가 (당선된 후) 취임하기 전에 (미국인) 인질들을 돌려보내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를 날렸다. 푸틴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들어 "푸틴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해 그렇게 해 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기자회견에서 어떠한 돈도 오가지 않았다며 이 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프린스턴대의 대통령 역사학자인 줄리언 젤리저는 WP 인터뷰에서 "레임덕 시기 바이든 행정부의 유산 구축 단계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며, 역사책의 일부가 된 일종의 성공"이라며 "바이든에게 좋은 건 해리스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WP는 인질 협상에 돈을 쓰지 않는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송환을 위해 북한에 200만 달러 규모의 돈을 지급하는 방안에 승인했다는 것이다. 다만 WP는 실제로 그 돈이 북한에 지급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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