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설 나오는 밴스, 안고 가는 트럼프…"직접 선택한 후계자"
'필승 조합'이었는데…각종 발언 논란으로 구설 올라
당 안팎 '자격 부족' 평가에도 트럼프 "미래 슈퍼스타"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8)의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39)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점차 짙어지는 기류다.
밴스 의원은 젊음, 신선함에 경합주(州) 표심을 겨냥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발탁됐으나 '고령 리스크'를 안고 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내려오고, 구설에 오를만한 본인의 과거 발언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일각에서 '후보 교체론'까지 언급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지난 17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직을 수락,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식 파트너가 된 밴스 의원은 이후 며칠간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이었다.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주고 이름을 날리게 한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가 재출간됐고 그의 이력은 재조명됐다. 어려운 가정 환경을 딛고 성공한 '개천의 용', 인도계 아내까지 모든 것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암살 미수 사건과 맞물려 '트럼프-밴스' 조합은 '필승 조합'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단 2주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밴스 의원은 2021년 폭스뉴스 토크쇼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59)을 포함한 일부 민주당 인사들을 두고 "자녀도 없이 비참한 삶을 사는 '캣 레이디'"라며 "(아이가 없는 이들은) 국가의 미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캣 레이디는 고양이와 함께 사는 중년의 미혼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에 앞서 2020년에도 그는 한 보수 성향 팟캐스트에서 "(아이가 없으면) 사람들은 소시오패스 성향을 더 갖게 된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밴스 의원은 낙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흑인 여성이 낙태를 많이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까지 알려졌다. 이는 여성, 흑인은 물론 계부모, 계형제 등으로 구성된 상당수의 혼합가족에게까지 상처를 줬다.
여성 생식권 보장 목적의 낙태권이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낙태 반대에 대한 입장 수위를 낮추고 있는 상황 속 밴스 의원이 찬물을 끼얹은 꼴도 됐다.
여기에 밴스 의원은 당초 반(反)트럼프 인사였다는 점을 차치하고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묘하게 어긋나는 지점이 발견되고 있다.
최근 밴스 의원은 한 모금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대신 해리스 부통령과 대선에서 맞붙게 될 경우, 대선 경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의식을 통해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파악할 수도 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신감 전략'과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이 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리를 두려 노력하고 있는 헤리티지 재단 회장(케빈 로버츠)의 신간에 밴스 의원이 추천사를 쓴 점도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헤리티지 재단은 트럼프 행정부 2기를 위한 제언집(프로젝트 2025) 발간 등을 해왔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으며, 민주당의 관련 공격이 거세지는 점 등이 문제가 되자 제언집을 지휘한 책임자 폴 댄스가 근래 재단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 밴스 의원이 "진짜 이데올로기"(real ideology)를 가지고 있다며 "트럼프는 통합을 요구하기 시작했지만 밴스는 기존 지배층을 다른 지배층으로 완전히 교체하고 현재 국가를 지배하고 있는 사람들을 전복해야 한다고 얘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자주 듣는 '농담이겠지'라는 말로 그의 발언을 털어버리기에 밴스는 너무 진지하다"며 "그는 트럼프의 카리스마, 자신감, 코미디적 가치도 부족하다"고 평했다.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는 공화당 인사들이 일련의 상황으로 밴스 의원이 '적합한 부통령 후보'인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초 공화당 내부에서는 밴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는 것에 대해 적잖은 우려가 있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에 따르면 한 인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당신보다 더 우파인 밴스 의원의 입장을 어떻게 옹호할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밴스 의원의 비호감도까지 오르고 있는 가운데 사업가 출신으로서 계산된 전략을 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럼에도 밴스 의원을 버리지 않고 있는 이유는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봤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는 밴스 의원에 대한 온갖 반대 목소리에도 그를 택한 뒤 공화당 대의원과 기부자들에게 "그(밴스 의원)는 미래에 슈퍼스타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31일)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에서도 다소 거칠지만 밴스 의원에 대한 신임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모든 면에서 뛰어난 부통령을 가질 수 있고 J.D도 그런 사람"이라며 "(하지만) 여러분은 대통령에게 투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팬들은 밴스 의원을 '논란의 도화선'이 아닌 '트럼프가 직접 선택한 후계자'로 보고 결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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