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에 후보 교체까지…'롤러코스터 대선'에 美유권자들 조마조마

6월 TV토론회서 균열 일어나더니…'롤러코스터만큼 흥미진진'
민주 부통령 지목·위기 놓인 밴스·해리스-트럼프 TV토론 주목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평소 같으면 졸음이 쏟아질 뻔했던 선거 기간이 갑자기 미래 역사책에서 주목할 만한 한 장이 됐다." (워싱턴포스트)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민주당·81)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78) 간 재대결(리턴매치)로 큰 기대를 모으지 않았던 올해 11월 미(美) 대선이 격동의 사건들을 겪으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미수 사건부터 TV토론회에서 대패(大敗)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을 내려놓은 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59)이 새로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부상했다. 졸음을 유발할 만큼 지루할 것으로 여겨졌던 미 대선은 이제는 놀이공원 롤러코스터만큼 흥미진진하게 흘러가고 있다.

당초 이번 대선은 '고령 리스크'를 안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과 '사법 리스크'를 겪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재대결 정도로 주목받았다. 재대결인 만큼 양측이 갖고 있는 문제는 이미 다뤄질 만큼 다뤄져 유권자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고 정치 양극화만 더 극심해졌다. '둘 다 싫다'는 더블 헤이터(Double hater) 수치만 높게 치솟았다.

균열이 일어난 것은 지난 6월이다. 무심히 흘러가는 듯 싶었던 미 대선에 변화가 감지됐다. 두 후보(바이든-트럼프) 간 합의에 따라 이례적으로 앞서 진행된 6월 27일(현지시간) CNN 방송 주최 TV토론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당 인사들과 지지자들이 우려한 '고령 리스크'를 극대화해 드러내고야 말았다. '토론회에서의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들 대다수가 거짓이었다'는 바이든 대통령 측과 민주당의 공격은 토론회에서 보여준 바이든 대통령의 쉰 목소리, 힘 없는 몸짓이 모두 잠식해버리고야 말았다.

상상이 현실이 된 민주당 안팎은 공황에 빠지기 시작했다. 7월 2일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민주당·텍사스)이 여기에 불을 던졌다. 그는 대선 토론에서 부진했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날 것을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으로서 처음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포기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후 서서히 '사퇴의 그림자'가 바이든 대통령을 옥죄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럼에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진행하고 회의 직후 단독 기자회견을 열어 '완주 의지'를 밝히며 버텼다.

2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美)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민권법 6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7.2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종훈 기자

TV토론회에서 판정승을 거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침없이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나섰다. 공화당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업고 바이든 대통령의 나약함을 부각하며 정권교체의 길로 나아가는 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7월 13일에는 여기에 '가속 페달'을 붙여준 사건이 일어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州) 버틀러 카운티 유세 도중 총격 사건을 당한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고 손을 흔들어 보이는 등 강인한 모습을 보여줘 크게 주목받았다.

암살 시도에서 돌아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신처럼 추앙받으며 점차 '대세론'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박빙 우세'를 점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점차 그 간격을 벌리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당 내외의 후보직 사퇴 목소리는 더욱 강해졌고 '큰 손 후원자들'이 돌아섰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까지 받게 된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만 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마지막 우군들'으로 꼽혀온 민주당 소속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등을 돌리자, 결국 7월 21일 대선 후보직 사퇴와 함께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직 승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정리했다.

미국 유권자들은 이처럼 '아찔해진 미 대선'에 이전과 달리 높은 관심을 보이는 기류다.

민주당원인 캐슬린 스켈시(72)는 자신과 같은 여성인 해리스 부통령에게 희망을 건다면서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에 대해 "우리가 이상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조지아주에서 보수 성향의 라디오 쇼를 진행하는 벤 버넷은 "이것은 그 자체로 가장 거친 리얼리티 텔레비전 쇼라고 말하고 싶다"고 평했다.

앞으로도 미 대선이 요동칠 요소는 남아있다. 곧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될 예정이고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도 지목할 예정이다. 8월 말에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뛸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은 과거 발언들이 논란이 되며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지 2주 만에 위기에 놓인 상태다. 아울러 이르면 9월에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TV토론회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자신이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J.D. 밴스와 함께 서 있다. 2024.07.20.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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