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대통령 되겠다"…트럼프, 업계행사 연설자로 나선다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 폐막 연사로…암호화폐 '규제 철폐' 약속할듯
지난달 마러라고 자택에 채굴업체 초대…슈퍼팩 3곳서 3100억 확보하기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롯에서 공화당 대선후보로서 선거 유세를 갖는 모습. 2024.07.2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암호화폐 규제 철폐를 약속하며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상대로 표몰이에 나선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27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리는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 폐막식에 연설자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대선 경선 후보였던 비벡 라마스와미와 빌 해거티 상원의원, 신시아 러미스 상원의원 등 공화당 인사들과,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된 무소속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후보도 폐막식에서 연설한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로 칸나 하원의원만이 연설자 명단에 올라, 암호화폐에 대한 양당의 인식 차이를 보여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친(親)암호화폐를 표방한 만큼 이번 연설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가한 암호화폐 규제를 비판하는 한편,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대선 자금 모금 행사에서 민주당의 추가 규제 시도를 비난하며 자신은 "암호화폐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술 벤처 캐필러스트의 주관으로 1200만 달러(약 160억 원)를 모았다.

같은 달 11일에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의 자택에 암호화폐 채굴업체 경영진을 초대했다. 당시 회동에 참석한 마라톤디지털홀딩스의 제이슨 브로우더는 로이터에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암호화폐에 열린 자세를 보였다며 "그가 우리 업계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비트코인은 스캠" 맹비난하다…운동화 매진에 "생명력 얻어" 극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부터 암호화폐를 긍정했던 건 아니다. 그가 암호화폐와 관련해 처음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 건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9년 7월 트위터를 통해서였다. 그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이 크고 허상에 기반을 뒀다"며 "화폐가 아니며 마약 거래 등 범죄를 조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퇴임 후에도 이어졌다. 2021년 7월 미 폭스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신용사기(scam·스캠)'라고 부르며 "달러와 경쟁하는 통화이기 때문에 도저히 좋아할 수 없다. 달러가 (계속해서) 세계 통화가 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자신의 이름을 딴 운동화 1000 켤레가 출시 두 시간 만에 매진된 것을 계기로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이 180도 돌변했다. 그는 당시 CNBC와의 인터뷰에서 "상당수의 운동화가 암호화폐로 지급됐다. 믿을 수 없다"며 "비트코인은 이제 그 자체로 생명을 얻었다"고 인정했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표적인 친암호화폐 정치인으로 등극해 관련 업계로부터 선거 자금 후원이 쇄도했다. 암호화폐 회사 제미니를 설립한 억만장자 윈클레보스 쌍둥이 형제는 지난 6월 각자 100만 달러씩 총 200만 달러를 기부했다가 연방법상 허용된 개인 기부 한도를 초과해 일부를 돌려받기도 했다.

그를 측면에서 지원하기 위한 친암호화폐 성향의 슈퍼팩(super PAC·정치활동위원회)도 페어셰이크, 디팬드 아메리칸 잡, 프로텍트 프로그레스 등 3개나 설립돼 모두 2억3000만 달러(약 31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무제한 선거 자금을 모금할 수 있는 슈퍼팩은 특정 후보나 정당에 바로 돈을 보낼 순 없지만, 이들을 옹호하는 광고를 내보낼 수 있어 대선판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