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연설, 해리스 유세 될라…트럼프도 방송 시간 요청
1970년대까지 적용됐던 '동등 시간' 규정 요구
대통령 연설·기자회견 시 상대 후보에게도 기회 보장하는 취지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언급할 것을 우려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송사에 동등한 방송 시간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 측은 대선 후보 간 형평성을 이유로 들며 ABC와 NBC, CBS에 동등한 방송 시간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대선 후보직에서 사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제 결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설명하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퇴임까지 약 6개월가량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국민과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측은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민주당의 대국민 유세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가 각 방송사에 보낸 서한에 따르면 데이비스 워링턴 트럼프 캠프 법률 고문은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뉴스가 아닌 황금 시간대 선거 광고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링턴 고문은 바이든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로 지명한 점을 언급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그는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동등 시간(Equal time)' 규정을 인용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비슷한 방송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1927년 라디오법에서 유래한 동등 시간 규정은 현직 대통령에게 도전하는 야당 대선 후보에게 대통령의 연설과 기자회견에 응답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1975년 FCC는 대통령 연설과 기자회견 같은 '선의의 뉴스 행사'에 대해선 해당 규정을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동등 시간 규정은 대통령이 오락 프로그램 등에 출연할 때만 상대 후보에게 적용되어 왔다.
트럼프 캠프의 이러한 움직임은 바이든의 사퇴 이후 해리스에게 집중된 주목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하기 2시간 전인 24일 오후 6시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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