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후보 지명 향해 쾌속 순항…하루만에 1125억원 모금(종합)

하루 만에 기선 잡은 해리스…지지도 돈도 쇄도했다
1000명 넘는 대의원, 낸시 펠로시와 주지사들, 노조 지지 선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7월 17일 미시간주 포티지에서 열린 정치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21일 (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의 지지를 받게 돼 영광이라면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얻고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2024.07.2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박재하 기자 =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가 하루 만에 대의원들의 지지를 상당수 확보했다. 당 원로인 낸시 펠로시의 지지도 얻었고 기부금도 쇄도했다.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상대하기 위해 민주당이 일사불란하게 뭉치면서 해리스의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항해가 순풍을 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해리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에 차려진 대선 본부의 직원들을 만나기 위해 델라웨어주 윌밍턴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고 대신 자신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바이든 대통령과 공개 전화 통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제 (사퇴) 뉴스가 놀랍고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옳은 일'이었다"면서 해리스가 요청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상황이) 롤러코스터였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해 우리는 매우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후 트럼프를 포식자, 사기꾼에 비유하면서 "트럼프 같은 유형을 잘 안다"며 자신의 검사 경력을 트럼프와 싸우는 데 쓰겠다고 선언했다.

해리스는 제니퍼 오말리 딜런과 줄리 차베스 로드리게스 등이 이끄는 바이든 선거 캠프를 그대로 인수했다.

바이든의 사퇴 선언 하루만에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의 민주당 대표단은 해리스 지지를 발표했다.

지명을 확보하려면 해리스는 다음 달의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하기로 약속한 대의원 3949명 중 과반수가 필요하다. 22일 오후까지 해리스는 1000명 이상의 대의원을 확보했는데, 이는 후보 지명에 필요한 전체 대의원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고 AP통신이 집계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오는 8월 7일까지 대의원 전자투표를 거쳐 당의 대선후보를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일종의 미니 경선으로 △출마 지원서를 제출하고 △법률·당규상 대선 출마자격을 갖추고 △대의원 300명 이상의 지지를 얻되 이중 한개 주에서 확보한 대의원 수가 50명 이하인 후보가 전자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1일 밤까지 해리스는 100명 이상의 당 간부, 노동 지도자, 활동가 단체, 민주당 고위 의원, 주 의원들에게 연락해 지지를 요청했다. 이들에는 전직 대통령인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하원 민주당대표인 하킴 제프리스가 포함되었다.

그 결과 민주당 성향 주지사들의 지지 선언이 잇따랐다.메릴랜드주 웨스 무어, 미시간주 그레첸 휘트머, 일리노이주 J.B. 프리츠커, 켄터키주 앤디 베시어 등 주지사들의 지지를 얻었다. 이들 중에는 경쟁자로 거론된 이들도 있었는데 이들이 지지한 것은 해리스가 큰 저항 없이 지명을 확정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캘리포니아)도 “11월 우리를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해리스에 지지를 표했다.

해리스는 180만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미국 교사 연맹(AFT)으로부터 지지를 얻어 노동계의 첫 지지를 받았다. 미국 노동총연맹 산업별 조합회의(AFL-CIO)도 집행 위원회가 해리를 "만장일치로 지지"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오바마 전 대통령도 지지를 표명하지는 않았다.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해리스와 “곧” 만날 것이라고 밝혔으나 지지를 표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CNN은 두 사람이 해리스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오하이오에서는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첫 단독 유세에서 바이든이나 해리스에 대해 잠깐 언급했다. 밴스는 부통령 후보였다가 갑자기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을 비꼬며 "해리스는 공식적으로 부통령 후보였는데, 이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 같다"고 말했고 관중들은 (해리스에) 야유를 퍼부었다. 밴스는 부통령 토론에서 해리스와 토론하기를 기대했는데 대신 트럼프가 토론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솔직히 말해서 그 점 때문에 좀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한편 해리스의 캠페인은 유권자와 고액 기부자 모두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사퇴 후 24시간 동안 해리스 선거 캠프와 DNC 및 공동 기금 모금 위원회는 8100만 달러(약 1125억원)를 모금했다. 바이든 캠프가 이미 모금한 9600만 달러는 해리스가 부통령 후보에서 대통령 후보로 바뀌면서 해리스의 사용 권한이 유지됐다.

바이든을 지지했던 민주당 슈퍼팩인 퓨처포워드는 바이든이 사임하고 해리스를 지지한 이후 24시간 동안 1억5000만 달러의 기부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기부한 적이 없었던 이들이나 기부를 보류했던 이들로부터 이런 약속이 쇄도하고 있다.

만약 지금의 기세가 이어져 해리스가 지명을 확정하면 그는 러닝메이트를 선택해야 한다. 입길에 오르는 이들은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로이 쿠퍼, 애리조나 상원의원 마크 켈리,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조시 샤피로, 켄터키주 베시어 등이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해리스는 샤피로, 쿠퍼, 베시어와 별도로 통화했다. 하지만 미시간 주지사인 휘트머는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해리스의 정치적 미래는 암울해 보였다"면서 하지만 "민주당 최고위층의 지지를 그토록 빠르게 모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 민권 지도자로부터 부자 기부자들까지 그가 구축한 지지를 말해준다"고 논평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