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선 하차로 6개월 레임덕 우려…"여파는 불분명"

"바이든 유리한 입장 놓여…동맹국 협력 가능성 높여"
"선거 압박 없어 대담한 행동 가능…美 역량 여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노예 해방 기념일을 맞아 열린 준틴스 콘서트에 참석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발표하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 승계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다.2024.07.2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을 전했으나,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1월까지 조기 레임덕도 피할 수 없게 됐다.

2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 사퇴를 발표한 이후 외신들은 그가 '절름발이(boiteux)' 대통령이 됐다며 레임덕을 우려하는 기사를 앞다퉈 싣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바이든은 아직 미국 대통령이자 총사령관으로서 임기가 6개월 남았다"며 "외국 지도자들은 그를 무능한 사람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국외교협회(CFR) 유럽 정치 전문가인 리아나 픽스는 가디언에 "바이든은 스스로 레임덕에 빠졌다고 느껴질 것"이라며 "외국 지도자들은 그가 물러나는 것으로 인식할 것이고, 그와 어떤 정책을 추진하려는 시도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문제는 이란과 러시아와 같은 미국의 적대국들이 우크라이나나 후티 반군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등 이 전환기에 미국의 힘과 리더십을 시험하려는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도 "미국의 적들은 바이든이 세계 정세에서 힘을 잃었다고 결론 내릴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바이든이 사퇴하며 레임덕 대통령의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며 "세계는 미국이 앞으로 6개월 동안 어떤 세계적 역할을 할지 걱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하차로,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지형도 크게 흔들린 만큼 조기 레임덕이 가져올 여파는 불분명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6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시어터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발표하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 승계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4.07.2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우선 전 세계가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보고 트럼프 2.0에 대비해 왔으나, 상황이 바뀌면서 오히려 후임이 될 수도 있는 민주당 행정부와 외연 확대에 나설 수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보좌관이었던 코리 샤크 미국 기업 연구소 외교 및 국방 정책 연구 책임자는 가디언에 "이 발표로 바이든이 더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행정부에서도 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외국 지도자들은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와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했다"며 "이제 그들은 민주당 도전자들을 만나서 누가 그들에게 영향력이 있을지 알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콘스탄제 슈텔첸뮐러 국장도 "지금까지 이스라엘, 러시아, 중국, 이란에서 내린 결정은 다음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트럼프가 될 것이라는 확신에 근거해 왔다"며 "이제 그것이 바뀌는지는 민주당이 어떤 팀을 지명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지명하는지에 달려 있다. 나는 바이든이 원로 정치인 역할에서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료를 지낸 로사 브룩스 조지타운대 교수 역시 블룸버그에 "이 결정은 바이든을 강화하고 미국을 강하게 만든다"며 "동맹국이 현 행정부와 협력할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높일 것이고, 적대국은 미국을 배제하는 것에 대해 두 번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선거 압박이 없는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 정책에서 보다 대담한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줄리언 젤린저 프린스턴대 교수는 블룸버그에 "선거 압력이 없는 데는 좀 더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며 "절름발이 대통령이 불리할 수는 있지만, 사실 이번 경우 그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움직일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브라이언 카툴리스 선임 연구원도 블룸버그에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의 결과를 형성할 상당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 또한 이러한 두 상황을 모두 고려해 레임덕 행정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WSJ 기고문에서 "바이든이 무엇을 할지, 어떤 외부 위협이나 위기가 발생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우리의 현재 상황은 미지의 위험을 안고 있다"며 "의회, 후보자, 특히 미국 국민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생각하고 바이든의 레임덕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적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