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수집가 해리스…美 최초 여성 대통령도 거머쥘까[피플in포커스]
'초엘리트' 집안서 커…모친 손에 자라 인도계 영향 받아
'여자 오바마' 수식어까지…"부통령 임기 내내 고군분투"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59)이 21일(현지시간)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81)의 뒤를 이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해리스 부통령의 면면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최초'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을 두고 "아메리칸 드림을 의인화한다면 카멀라 해리스"라는 말도 나온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돼 오는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꺾게 된다면 그녀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도 이름을 올리게 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1964년 캘리포니아주(州) 오클랜드에서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아버지, 인도 이민자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해리스 부통령 집안은 '초엘리트' 내력으로 눈길을 끄는데, 아버지 도널드 해리스는 스탠퍼드 대학교 경제학 교수를 지냈고, 어머니 샤말라 고팔란 또한 유방암 전문으로 캐나다 최고 명문대인 맥길대학교에서 교수를 지냈다.
부부는 어린 해리스 부통령을 유모차에 태우고 민권 운동을 벌이는 등 소수자 차별에 앞장섰던 인물들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어머니 샤말라를 두고 인도 델리대학교 졸업 뒤 19세에 미(美)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 석사과정에 입학했다는 점이 화제로 떠오른 바 있다.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인도 사회에서 여성이 해외 유학을 떠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이는 그만큼 해리스 부통령의 외조부모가 개방적인 사고를 가진 인물들이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샤말라는 UC버클리에서 석·박사 학위(영양 및 내분비학)를 받았다.
해리스 부통령의 외조부 P.V.고팔란은 인도 정부 고위 관리였다. 고팔란은 힌두교의 고대 카스트 계급 중에서도 특권 엘리트층인 브라만 출신이었다.
고팔란은 샤말라 이외에도 세 자녀를 뒀는데, 모두 샤말라와 견줄 만큼 엘리트였다. 해리스 부통령의 외삼촌은 미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경제학 및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큰 이모와 작은 이모는 각각 산부인과 의사, 정보과학자로 컸다.
해리스 부통령은 인터뷰에서 외할아버지를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꼽은 적도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어머니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인이 7세 때 부모가 이혼했고, 여동생과 함께 어머니 손에 컸다. 해리스 부통령은 아버지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거의 없다.
'카멀라'라는 이름도 인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모친의 뜻에 따라 지어졌다. 카멀라(Kamala)는 산스크리트어로 '연꽃'을 뜻한다.
이런 해리스 부통령도 소수 인종으로서의 소외감을 피하진 못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라면서 여동생과 나는 '(저 애들은) 흑인이기 때문에 함께 놀 수 없다'고 하는 이웃의 부모들을 상대해야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녀는 초등학생 때 미 정부가 인종차별 철폐를 목적으로 한 정책에 따라 스쿨버스를 타고 백인들 위주의 부유한 동네 소재 초등학교로 등교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에 대해선 필요한 정책이었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12세 땐 대학 강사이자 병원 연구원으로 일하게 된 어머니를 따라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로 이주해 이곳 중·고등학교를 나왔는데, 해당 지역 인구가 백인이 대부분이고 프랑스어까지 쓰는 곳이라 적응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후 흑인 대학교에 진학하길 원했고 워싱턴DC의 흑인 명문 대학교로 널리 알려진 하워드 대학교를 택했다. 이곳에서 정치학·경제학을 전공한 뒤 캘리포니아대 로스쿨을 거쳐, 1990년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 카운티에서 검사로 일하며 법조계에 본격 발을 들였다.
2004년과 2011년 각각 흑인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을 지냈다.
해리스 부통령은 재선으로 6년간 주 법무장관을 지낸 뒤 2016년에는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흑인 여성으로서는 캐럴 모슬리 브라운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상원에 입성한 인물이 됐다.
이후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 대선에 나설 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섰다. 여러 경선 후보들 중 유일한 유색 여성으로서 눈에 띄었지만 선거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2019년 12월 중도 하차를 선언한 후 당시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뒤이어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로 지목됐다. 이로써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이자 여성 부통령 타이틀을 안게 됐다.
다만 당시 바이든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대선 경선 TV토론회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거세게 공격했던 것에 불만을 갖고 '해리스 부통령 후보' 결정에 탐탁지 않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앞서 언급된 '스쿨버스 정책'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막으려 했다며, 토론회에서 그를 강하게 비판했었다.
이민 2세대이자 법조인 출신이라는 점 등에서 '제2의 버락 오바마', '여자 오바마'라는 타이틀이 붙기도 했으나 부통령으로서의 성과와 관련해선 국경 정책 등에서 실패한 '존재감 없는 2인자'라는 가혹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CNN은 이에 대해 "부통령 임기 내내 해리스는 투표권 (확대), 이민자 유입 차단 등 어려운 주제들을 다루며 자신을 정의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며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모두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어 "해리스의 지지자들은 이러한 비판의 대부분이 미국 최초의 유색 인종 여성에 대한 인종 차별과 성 차별의 결과라고 주장해왔다"고 덧붙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을 내려놓으며 지지를 표명해줘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포스트 바이든'(민주당 대선 후보)으로 평가된다.
만약 해리스 부통령이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다면 아시아계로서는 최초의 미국 대통령 후보가 되며,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게 된다.
해리스 부통령의 가족으로는 동갑내기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가 있으며, 엠호프 변호사가 해리스 부통령과의 결혼 전에 낳은 자녀 둘이 있다.
엠호프 변호사는 해리스 부통령이 첫 여성 부통령이 되면서 미 헌정 사상 처음으로 '세컨드 젠틀맨'이란 타이틀을 얻은 바 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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