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용퇴한 결정적 계기…"탈당 가속·지지율 하락"
[바이든 사퇴]전날 선임고문과 통화…'교체투입' 해리스는 당일 알아
첫TV토론 이후 한달 버텨냈지만…반등 불가하단 판단에 '내려올 결심'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81)이 고령 논란으로 결국 21일(현지시간)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에 걸려 자가격리 중인 상태에서도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평가 절하하며 "다음 주에는 선거운동에 복귀하겠다"고 호언장담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말을 번복한 셈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첫 대선 TV토론에서 '졸전'을 치렀다는 평가를 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한 달 가까이 당내 일부 인사들로부터 후보 사퇴 요구를 받았음에도 이를 일축하며 반전을 모색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당원들의 탈당이 가속화되고 믿었던 본선 지지율마저 하락할 조짐이 보이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는 게 이날 CNN 방송이 보도한 백악관 내부 전언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 17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델라웨어주 러호버스 해변 자택에서 자가 격리 중이던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20일) 밤 마이크 도닐런·스티브 리체티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CNN에 오는 8월 대선후보를 확정 짓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완주는 대의원들이 가진) 경선 투표용지를 불안하게 할 뿐만 아니라 (본선에서) 트럼프를 물리치는 데 합병증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정통한 소식통은 전날 수석 고문들이 제시한 데이터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 부진을 만회할 방도가 "기본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전국 및 경합 주에서 실시한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가 최근 들어 하락세로 접어든 데다 내분에 휩싸인 민주당 당원들의 탈당이 가속화될 조짐마저 보여 선거운동을 재개할 길이 사라졌다는 게 데이터상으로 분명히 나타났다고 한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인 도닐런·리체티 선임고문는 그의 용퇴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패색이 짙었음을 확인한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가 끝나기 전 경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뒤 보좌진에게 이날 오후 게시할 성명문 초안을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델라웨어 자택에 남편과 같이 머물던 질 바이든 여사에게는 같은 날 하차 결심을 알렸다. 딸 애슐리와 사위 하워드는 이날 아침 아버지의 호출을 받아 델라웨어 자택으로 향했다.
날이 밝자 바이든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여러 차례 통화했고, 제프 지엔츠 백악관 비서실장과 젠 오말리 딜런 대선캠프 의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자신의 거취를 통보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를 발표한 당일에서야 자신이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을 승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아니타 던 백악관 선임고문을 비롯한 나머지 보좌진은 사퇴 성명문이 소셜미디어 엑스(X)에 게시되기 불과 몇분 전까지 이 사실을 몰랐다.
이날 오후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해리스 부통령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바이든 대통령 몫이었던 대의원들의 표를 넘겨 받아 당의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컨벤션 효과를 위해서라도 '후보 교체는 승계가 아닌 경선으로 치러야 한다'는 당내 주장이 힘을 받으면 대의원들이 사전에 특정 후보로 뜻을 모으지 않는 '개방형' 전당대회가 치러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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