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탕한 웃음과 춤, 낯선 표현…'포스트 바이든' 해리스는 '짤의 여왕'
해리스 '코코넛 밈'에 스며드는 유권자들…조롱의 대상에서 호감상으로
'괴짜' 취급받던 해리스 영상, '밈' 타고 광고 효과 톡톡히 누려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로 '대안 후보 1순위'로 떠오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력을 비롯해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이 다시 회자되는 가운데, 한 과거 발언 영상이 인기몰이하고 있다.
유난히 화통한 웃음과 공식 석상에서 선보인 춤사위로 괴짜 취급을 받던 해리스 부통령이 단숨에 유쾌한 차기 대선 주자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는 '코코넛 나무' 발언 덕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소위 '코코넛 나무' 발언은 지난해 백악관에서 주최된 히스패닉계 교육권 관련 대통령 자문위원회 행사에서 나왔다.
당시 해리스 부통령은 교육 정책의 형평성을 강조하며 이를 실현하려면 부모·조부모·지역사회의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것은 맥락 속에 이뤄진다"고 말하고는 자기 어머니의 말을 인용했는데, 이 발언이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해리스 부통령은 "저희 어머니는 가끔 저희를 힘들게 하시면서 '너희 젊은이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네가 뭐 방금 코코넛 나무에서 뚝 떨어진 줄 아냐'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앞선 세대가 일군 환경 속에서 살아가며, 이런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로 꺼낸 일화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중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코코넛 나무 발언은 비유 자체가 낯설고 애매하다며 공감을 얻지 못했고, 인터넷에 편집 영상이 나돌며 조롱감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 부통령이 전에도 "상황에 맞지 않는 웃음과 춤 동작" 등으로 비난받아 왔다고 했다.
하지만 조롱으로 시작된 코코넛 나무 영상은 점차 밈(meme)으로 발전하더니, 아이러니하게도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마성의 영상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카멀라'와 '코코넛 나무'가 올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키워드 중 하나가 됐다고 보도했다.
젠지(GenZ) 세대가 좋아하는 팝 음악 비트 위로 코코넛 나무 일화를 랩처럼 편집한 영상의 조회수는 30만을 넘었다. 이 게시물 작성자는 "내가 왜 새벽 3시까지 이 영상을 편집했는지 모르겠다. 감상을 멈출 수 없다"며 '해리스 중독'을 시인했다.
비슷한 종류의 영상들은 틱톡 등 젊은 이용자들이 많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번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연단 및 행사장에서 춤을 추는 모습,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올리며 자신들의 '최애 영상'을 공유하고 있다.
한 엑스 이용자는 "선거 날 밤에 코코넛 나무 밈으로 카멀라 해리스가 진짜 도널드 트럼프를 이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일종의 환각제를 복용한 것과 같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정치인들도 해리스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하와이)은 SNS에 자신이 코코넛 나무를 타는 사진을 올리고는 "부통령님, 도울 준비가 됐습니다"라고 적었다. 치 오세 뉴욕 시의회 의원은 영상과 함께 "코코넛 나무 여름"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인터넷 밈이 선거 전략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잡지 글래머는 "그녀의 춤과 호탕한 웃음, 그리고 인터뷰에서 나온 종종 어색한 일화들로 인해 그녀는 밈(Meme)의 가장 선호하는 대상이 됐고, 일종의 팬덤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디지털 전략가이자 콘텐츠 제작자인 줄스 테르팍은 WP에 코코넛 트리 영상이 "현대 정치 광고"처럼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영상들이 유권자에 의해 큐레이팅 되고 지시 체계 없이도 잠재적으로 수천 명, 수백만 명에게 퍼지는 "예술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논평했다.
realkw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