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는 왜 전기차 보조금 폐지하겠다는 트럼프를 지지할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피격 직후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한 데 이어 매달 트럼프 진영에 4500만달러(약 624억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할 것이라고 알려지는 등 트럼프 당선에 풀 베팅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기후 변화는 과학자들의 사기라고 말하는 등 대체 에너지 차량에 관심이 전혀 없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 오히려 화석 연료 개발 제한을 푸는 정책을 취했었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JD 밴스도 전기차에 매우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D. 밴스 미국 상원의원.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밴스는 상원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전기차 보조금을 없앨 뿐만 아니라 휘발유 차량을 홍보하기 위해 ‘드라이브 아메리칸 액트’(Drive American Act)라는 법안을 주도했을 정도로 전기차를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머스크는 트럼프-밴스 팀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와 JD 밴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그는 더 나아가 16일(현지시간) 새벽에 자신의 X(구 트위터)에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라"고 썼다. 공화당 정-부통령 후보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동의한 것이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이를 트럼프의 매우 교활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철폐는 테슬라보다 다른 전기차 업체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미국에서 가장 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테슬라가 시장 점유율을 더욱 늘릴 수 있을 전망이다.

테슬라 팬인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는 최근 미국의 경제 포털 야후 파이낸스에 출연, “보조금 폐지는 테슬라가 업계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경쟁사들과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대당 7500달러(약 1039만원)의 정부 보조금이 오늘의 테슬라를 키운 원동력이라고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정부 보조금 덕분에 더 많이 전기차를 구입했기 때문이다.

구겐하임의 론 제우시코프는 트럼프와 밴스가 약속하고 있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는 테슬라의 핵심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월가에서도 정부의 보조금 폐지가 테슬라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머스크는 보조금을 폐지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다른 업체를 도태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뿐 아니라 그가 트럼프-밴스를 지지하는 것은 민주당인 바이든 행정부의 테슬라 홀대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22년 2월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전기차 관련 행사를 개최했다. 그런데 정작 미국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초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표면적으로는 테슬라가 전미자동차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사실은 머스크가 행사 도중 엉뚱한 발언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로 바이든과 머스크는 견원지간이 됐다. 머스크는 바이든을 “졸린 조”(sleepy Joe)라고 불러왔다.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