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시도는 공화당 자작극"…트럼프 피습 사흘째 음모론 확산

"딥스테이트가 배후, 심슨가족에 나왔다"…선량한 시민들도 총격범으로 몰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야외 유세를 하던 도중 총격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즉시 경호원들에게 둘러 쌓여 퇴장했다. 2024.07.13.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야외 유세 현장에서 총기에 피습된 사건을 두고 각종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 15일 로이터 통신은 총격 발생 사흘이 지난 지금도 온라인상에서 거짓 정보와 음모론이 난무한다며 세 가지 내용을 소개했다.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자체가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이 대표적이다. 이는 대선후보 공식 지명절차가 예정된 공화당 전당대회 개막을 이틀 앞두고 지지층 결집과 본선 승리를 꾀하기 위해 총격범을 미리 섭외한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 비롯됐다.

피습 직후 연단에서 내려오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백악관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온라인에 떠돌면서 이 같은 음모론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조작된 것으로 AP 통신 사진작가가 촬영한 원본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요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현장을 빠져나왔다.

사건을 수사 중인 미 연방수사국(FBI)도 이번 암살 미수 사건은 용의자 토머스 매슈 크룩스(20·사망)의 단독 범행이며 배후는 찾지 못했다고 전날 밝혔다. FBI는 현재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지만, 용의자가 현장에서 사살된 데다 생전 소셜미디어 활동도 거의 하지 않아 아직 이렇다 할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른바 '국가 실세 집단(딥스테이트·deep state)'에 의해 살해될 뻔했다는 음모론도 미국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딥스테이트의 존재를 믿는 이들은 대중매체를 장악한 딥스테이트가 자신들의 계획을 TV, 영화, 책 등을 통해 사전에 알린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도 관련 징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딥스테이트 음모론자들은 과거 폭스TV의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방영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망 연도가 게재됐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그러나 이 사진은 2017년부터 온라인에 떠돌았고, 실제 방영된 적 없는 합성본인 것으로 확인됐다. 매트 셀먼 심슨 가족 총괄 프로듀서는 로이터에 보낸 서한에서 "해당 스크린샷은 방송에 등장한 적이 없다. 사람들을 오도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거짓 정보로 엉뚱한 사람들이 고통받는 일도 벌어졌다. 수사 당국이 크룩스의 신상을 공개하기 전, 총격범으로 몰린 시민들의 얼굴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면서다. 이탈리아 축구 블로거 마르코 비올리도 순식간에 안티파(좌파 극단주의자) 마크 바이올렛으로 둔갑돼 경찰의 용의선상에 오른 것으로 지목됐다.

이에 대해 비올리는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 당시 자신은 이탈리아 로마에 있었다"며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벽 2시에 수많은 메시지를 받고 잠에서 깼다"며 거짓 정보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미국 폭스TV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 방영된 것처럼 조작된 사진으로 관속에 누인 트럼프 전 대통령 위로 '편히 쉬소서(R..I..P) 도널드 트럼프, 1946-2024'라고 적힌 묘비가 적혀 있다(소셜미디어 X 갈무리). 2024.07.15.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