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핸디 20개" 골프로 또 바이든 도발…디샘보 "내가 대결 주선"

트럼프 플로리다 유세서 "사기꾼 조에 정식 도전, 골프 대결 TV 중계하자"
미골프협회 기록 핸디 트럼프 2.5, 바이든은 6.7타…"트럼프, 속임수 제왕"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시절이던 2020년 11월 G20 화상 정상회의에서 자신의 발언을 마친 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자리를 맡기고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서 골프를 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류정민 권영미 기자 = "그는 50야드도 공을 못 날린다. 20타 핸디캡을 줘도 내가 이길 수 있다"

"누가 공을 더 멀리 보내는지 대결해 보자. 골프가방이나 직접 들고 다닐 수 있느냐"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 대선 첫 TV토론 때부터 시작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81)과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의 골프를 매개로 한 설전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두 후보의 한 치 양보 없는 자존심 싸움을 볼 때 실제 시합이 성사되면 남자 골프 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매치 플레이보다 더 흥미진진할 것 같다.

올해 US오픈 우승자인 브라이슨 디샘보가 두 대선 후보의 대결을 주최하겠다고 제안할 정도이다. 해외 언론들도 두 후보자의 자존심 싸움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THE HILL) 등에 따르면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9일 플로리다주 도럴에서 열린 유세에서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에게 재차 골프 시합을 제안했다.

이날 트럼프는 "사기꾼 조에 공식적으로 18홀 골프에 도전한다"며 "20타 핸디캡을 주고, 만약 바이든이 이기면 1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도발했다. 골프 시합 장소로 자신이 소유한 '트럼프 내셔널 도럴 마이애미 골프클럽'을 제안한 트럼프는 TV 중계도 하자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대해 바이든 캠프는 "대통령은 트럼프의 이상한 짓에 쓸 시간이 없다"라며 "그는 미국을 이끌고 자유세계를 수호하느라 바쁘다"라고 답했다.

지난달 27일 대선 첫 TV토론에서도 두 후보는 고령 논란과 관련한 질의 때 난데없이 골프로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트럼프가 "나는 두 번이나 (골프) 클럽 챔피언에서 승리했지만, 바이든은 골프공을 50야드도 못 날린다"라며 상대방을 깎아내렸다.

트럼프의 도발에 발끈한 바이든은 "누가 공을 더 멀리 보내는지 대결해 보자. 부통령 때 내 핸디캡은 6(평균 스코어가 규정타수인 72타보다 6타 많다는 의미)이었다"라고 응수했다. 핸디캡을 갖고 옥신각신하더니 트럼프는 "애들처럼 행동하지 말자"라고 했고, 바이든은 "당신은 어린아이"라고 받아쳤다.

공방 직후 두 후보의 골프 실력을 검증하려는 기사가 쏟아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트럼프가 토론에서 밝힌 두 차례 우승은 3개월 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클럽 시상식에서 트럼프는 전설적인 골퍼 잭 니클라우스로부터 '가장 향상된 선수' 상을 받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2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시상식서 잭 니클라우스로부터 트로피를 받고 있다. 2024. 3. 25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4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 기지에 있는 골프장서 골프를 치고 있다. 2023.6 5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그러나 미국 유명 스포츠 작가인 릭 라일리는 "트럼프는 자신의 코스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라며 트럼프의 주장을 부정한다. 라일리는 프로 및 아마추어 골퍼, 골프장 개발업자, 캐디 등 100명이 넘는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의 골프 실력을 적나라하게 비판한 '속임수의 제왕'(Commander in Cheat)이라는 책도 썼다.

바이든의 경우 2015년 대선 경선 당시 골프다이제스트로부터 '역사상 최고의 골프 대통령으로 존 F. 케네디와 경쟁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바이든과 라운드를 한 공화당의 존 카시치 전 오하이오 주지사는 민주당이 바이든의 핸디캡을 과장했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의 '진짜' 핸디캡은 어느 수준일까. 온라인 스포츠매체 'AS'는 한 언론인의 소셜플랫폼 게시물을 인용, 미국골프협회(USGA)에 기록된 트럼프의 핸디캡이 2.5, 바이든은 6.7이라고 확인했다. 핸디캡대로라면 트럼프가 바이든에 4타 정도만 어드밴티지를 주면 된다.

그러나 이것도 '과장됐다'고 비판을 받는 숫자인 데다, 연습량과 컨디션에 따라 스코어가 들쑥날쑥할 수 있어 진짜 실력과 승부는 실제 두 사람이 맞붙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AS는 "골프를 쳐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자신의 핸디캡과 현재 자신의 수준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또한 나이가 들수록 핸디캡도 함께 증가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이가 많은 골퍼는 유연성, 비거리, 18홀 플레이에 필요한 체력을 잃게 된다"라며 "소셜미디어에는 두 전현직 대통령이 끔찍한 샷을 치는 사례가 많이 있다"라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4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 기지에 있는 골프장서 카트를 운전하고 있다. 2023.6 5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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