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시총 1조달러-③] 파운드리로 틈새시장 개척, 신의 한수

모리스 창 TSMC 창업자가 회사 로고 앞에 서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위탁생산) 반도체 업체인 TSMC가 장중이지만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한 것은 '파운드리'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는 1987년 창업됐다. 당시 대만은 중소기업 중심 경제여서 대규모 설비 투자를 감당할 만한 대기업이 없었고, 이미 반도체 시장을 미국, 일본이 장악하고 있어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웠다.

이때 아이디어를 낸 인물이 당시 대만 정부 산하 공업기술연구원장이었던 장중머우(미국명 모리스 창) 박사였다.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는 장중머우 TSMC 창업자. ⓒ AFP=뉴스1

그는 미국의 유명 반도체 업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서 25년간 재직하며 반도체 부문 부사장까지 지낸 인물로, 당시 설계부터 제조까지 다 했던 거대 반도체 기업과 달리 위탁생산만 하는 파운드리 사업이 ‘니치 마켓(틈새시장)’으로 유망하다는 점을 간파했다.

이에 따라 TSMC는 다른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반도체를 조립만 하는 기업으로 출발했다. 따라서 한동안 '듣보잡' 회사였다.

그랬던 TSMC가 비약적 발전을 한 것은 2010년대에 들어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팹리스(제조 공장 없는) 회사를 지향하면서 TSMC에 생산을 위탁하면서부터다.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설계만 하고 제작은 TSMC에 맡겼다. 주문이 쇄도하자 TSMC는 주문자인 '갑'이 오히려 줄을 서야 하는 '슈퍼 을'이 됐다.

TSMC는 현재 전 세계 530개 이상의 기업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파운드리 업계의 절대강자로,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60%를 상회한다.

대만이 반도체 업계에서 절묘한 ‘포지셔닝’을 한 것이다.

한국의 삼성전자도 파운드리를 제작한다. 그러나 애플이 삼전에 물량을 주지는 않는다.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경쟁하고 있는 대부분 업체가 삼성 대신 TSMC에 물량을 준다.

대만이 전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절묘한 포지셔닝에 성공한 것이다.

바로 이같은 아이디어를 낸 인물이 바로 대만 반도체의 아버지 장중머우 박사다.

그는 남들은 은퇴할 나이인 55세에 회사를 설립했다. 늦은 나이에 창업했음에도 그는 TSMC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웠다.

올해 92세인 그는 1933년 중국 본토 닝보시에서 태어났다. 당시 중국은 국공내전과 일본의 침략 등으로 격동의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어지러운 상황을 피해 10대 때인 1949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영문학을 전공하기 위해 하버드대 영문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취업하는 데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하고 매사추세츠공대(MIT)로 편입, 기계 공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그는 반도체 분야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1958년 유수의 기술기업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 입사했다. 그는 이 회사에서 반도체 부분 부사장까지 올랐다.

이후 그는 대만에서 직위를 제안받았다. 대만 정부 산하 공업기술연구원장을 제안받은 것. 그는 1985년 대만으로 건너갔다. 그는 이후 1987년에 TSMC를 창업했다.

그는 2018년 TSMC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지금도 정부 고문을 하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 TSMC 창립자 모리스 창(장중머우)이 19일 차이잉원 총통으로부터 대만 최고명예 훈장을 수여한 후 환담하고 있다. 2024.04.19 ⓒ AFP=뉴스1 ⓒ News1 정지윤기자

그가 은퇴했음에도 대만인들은 그를 ‘대만 반도체의 아버지’라고 부르며 존경하고 있다.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