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된 어산지…법정 나와 호주로 출국(상보)

플리바겐으로 5년형 선고 받아…英 복역 인정 받아 바로 석방
어산지 변호인 "수정헌법에 가장 큰 위협이었던 사건 종결"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를 입수해 폭로한 위키리크스 창업자 줄리언 어산지가 26일(현지시간) 미국령 북마라아나제도 사이판 법원에 출두해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를 입수해 폭로한 혐의를 인정했다. 어산지는 5년여 간의 영국에서의 복역 기간을 인정받아 바로 석방된 후 고국인 호주로 떠났다. 2024.6.26.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 정부의 군사 기밀을 폭로한 혐의로 기소됐던 위키리크스 창업자 줄리언 어산지가 14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 사이판 지방법원은 이날 최종 심리에 출석한 어산지에게 형량 합의에 따라 5년 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어산지는 영국 교도소에서 복역한 기간을 인정받아 이날 바로 석방됐다.

이날 심리를 맡은 라모나 맹글로나 수석판사는 어산지에게 "자유인이 되어 법정을 걸어 나갈 수 있다"며 이번 심리 결과로 평화를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법정을 나온 어산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곧바로 고국인 호주로 떠났다.

어산지의 변호를 맡은 젠 로빈슨 변호사는 "14년 간의 법적 다툼을 끝낸 역사적인 날"이라며 "21세기 미국 수정헌법 제1조(언론의 자유)에 가장 큰 위협이었던 사건도 종결됐다"고 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이날 심리 결과에 대해 "환영할 만한 진전"이라며 "어산지 사건은 너무 오랫동안 지속됐다. 계속 수감되었어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어산지는 지난 2010년 미국 육군 정보분석병인 첼시 매닝을 통해 미 국무부의 외교 기밀문서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 등을 입수해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했다. 특히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보고서엔 미군이 저지른 살상 행위 등이 담겨 논란이 됐다.

이에 미국은 어산지의 폭로가 국가 안보를 위협했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을 비롯한 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간첩법 위반 등 18가지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그러나 어산지는 이날 법정에서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를 입수해 폭로한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어산지는 체포를 피해 도피 생활을 하던 중 2010년 스웨덴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됐고 2012년부터는 영국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7년간 도피 생활을 했다. 그러나 에콰도르가 우파 정권으로 교체되면서 2019년 대사관에서 축출됐고 영국 경찰에 체포돼 영국 벨마시 교도소에서 5년여간 수감생활을 했다.

미국은 어산지가 체포된 후 영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으나 어산지는 미국 법정에서는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맞섰다. 어산지의 이날 심리가 미국 본토가 아닌 사이판에서 열린 것도 그가 미국행을 거부했고 그의 모국인 호주와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어산지는 미국 법무부와 '유죄인정 형량감경 협상'(plea bargain)을 타결하면서 지난 24일 영국 교도소에서 풀려났다. 그가 미국으로 송환돼 혐의가 모두 인정됐을 경우엔 사형 또는 175년 징역형이 선고됐을 것으로 관측됐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