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폭로자' 어산지, 사이판 법원 출석…"14년 도피생활 끝낸다"

형량 합의 따라 62개월형 선고될 듯…英 복역기간 인정으로 석방 예정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가 26일(현지시간) 북마리아나 제도 사이판에 있는 미국 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줄리안 어산지는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련한 미국 정부 비밀문서를 폭로한 인물이다. 2024.06.26 ⓒ 로이터=뉴스1 ⓒ News1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 정부의 기밀 문서를 입수해 폭로한 위키리크스 창업자 줄리언 어산지에 대한 최종 심리가 26일(현지시간) 열렸다. 어산지가 유죄를 인정하고 미국 법무부와 형량에 합의함에 따라 바로 석방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어산지는 이날 심리가 열리는 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 사이판에 도착해 법원에 출석했다. 법원엔 심리 장소가 미국 본토가 아닌 사이판으로 정해진 것은 어산지가 미국행을 거부했고 그의 모국인 호주와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이 어산지를 기소한 혐의는 간첩법 위반 등 18개이지만 북마리아나제도 지방법원에 제출된 서류에 따르면, 어산지는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를 입수해 폭로한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기로 했다.

미국 법무부와의 형량 합의를 통해 이날 어산지에겐 징역 62개월 형이 선고될 예정이다. 다만 어산지가 영국 교도소에서 복역한 기간을 인정하면서 어산지는 바로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앤서니 앨버니지는 호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어산지 사건은 너무 오래 지속됐다. (이날 심리는) 환영할만한 진전"이라며 호주 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신중하게 어산지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어산지는 지난 2010년 미국 육군 정보분석병인 첼시 매닝을 통해 미 국무부의 외교 기밀문서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 등을 입수해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했다. 특히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보고서엔 미군이 저지른 살상 행위 등이 담겨 논란이 됐다.

이에 미국은 어산지의 폭로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을 비롯한 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기소했다.

이에 어산지는 도피 생활을 하던 중 2010년 스웨덴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됐다. 이후 2012년부터는 영국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7년간 도피생활을 했으나 지난 2019년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축출된 뒤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미국은 영국에 어산지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으나 어산지는 미국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경우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다며 맞섰고 지난 24일 영국 벨마시 교도소에서 5년여간 수감생활을 끝으로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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