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메릴랜드, 대마 범죄 17만5000건 사면…흑인 유권자 표심 공략

"흑인, 대마 관련해 구금될 확률 백인보다 3배 더 높아"
미 정부, 최근 대마 약물 등급 하향 조치도

미 오리건 주 포틀랜드 소재 마리화나 조제소 파르마의 작업 모습. <자료사진>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미국 메릴랜드주가 대마 관련 범죄자들을 대규모 사면한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약 17만5000건에 달하는 저급 대마 범죄를 사면한다고 밝혔다.

사면에는 단순 대마초 소지에 대한 15만 건 이상의 경범죄 유죄 판결과 마약 도구 사용 또는 소지에 대한 1만8000건 이상의 경범죄 유죄 판결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약 10만명의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면으로 석방되는 수감자는 없다.

전자 법원 기록에는 2주 이내에 사면이 반영되며, 유죄 판결은 10개월 이내에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될 예정이다.

앞서 메릴랜드주는 지난해 대마초 소매 판매를 합법화했다. 현재 미국 절반 이상의 주에서 대마초의 기호 및 의료용 사용을 허용한 상태다.

오는 6월 19일 노예해방 기념일에 맞춰 발표된 이 조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의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월 미국 법무부는 대마를 1급에서 3급 약물로 변경할 것을 백악관에 권고하기도 했다. 1970년부터 헤로인, 엑스터시, LSD와 함께 1급 약물로 분류되던 대마를 타이레놀 등 케타민, 코데인이 함유된 진통제와 같은 수준으로 취급하겠다는 파격적인 행보다.

민주당 소속이자 미국 유일의 흑인 주지사인 무어 주지사는 이번 사면이 흑인들에게 차별적인 영향을 미치는 불의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무어 주지사는 "2000년대 초 메릴랜드주의 마약 관련 범죄 중 절반가량이 대마초 관련 범죄였다"며 "대마초 관련 혐의로 흑인이 구금될 가능성이 백인보다 3배 더 높다"고 언급했다.

이어 "메릴랜드주 인구 600만명 중 33%가 흑인인 것에 비해 수감 남성 인구의 70%가 흑인"이라고 지적했다.

앤서니 브라운 메릴랜드주 법무부 장관은 "메릴랜드에서 흑인 수십만 명이 받은 대마 유죄 판결은 현대의 족쇄였다"며 "오늘 아침 족쇄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