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는 폐지 움직임도…캐나다, 낙태법 34년째 유지[통신One]
낙태 반대 운동으로 25번 구금된 캐나다 여성을 통해 낙태법 재조명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토론토의 리사이드 (Leaside) 지역에 위치한 모건탈러(Morgentaler) 임신중지(낙태) 클리닉은 그 어디에서나 손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이 조용한 주택가와 나무가 우거진 골목 속에 위치한 클리닉은 양쪽에 주차장 입구와 출구가 있으며, 문에는 단순히 "진료소 입구"라는 글씨만이 적혀있다.
클리닉 앞에서 75세의 린다 기번스(Linda Gibbons)는 분홍색 스웨터를 허리에 묶고 큰 팻말을 들고 서 있다. 팻말에는 아기 그림과 함께 "왜 엄마?"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기번스 씨는 임신중지 반대 운동가로, 클리닉으로 들어가려는 여성들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녀는 온타리오주의 법률에 따르면 클리닉에서 50미터 이내에서의 시위가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조항을 어겼기 때문에 여러 차례 체포 및 처벌을 받았다. 최근에는 5월 23일 같은 장소에서 다시 체포되었다.
기번스 씨는 1989년 처음 체포된 이래 약 25번 정도 구금된 적이 있으며, 그녀의 임신중지 반대 운동은 법적으로도 여러 번 소송 되었다. 2012년에는 대법원까지 상고된 바 있으며, 그 결과로 기번스 씨는 총 11번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캐나다에서는 1988년 최고법원의 "모건, 판결" 이후 임신중지가 여성의 헌법적 권리로 인정되어 형사법에서 삭제되었다. 이 판결은 임신중지가 여성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따라서 법적으로 허용된다고 판단했다.
임신중지는 여성이 자신의 건강이나 생명에 위험을 느끼거나, 여성의 신체나 정신적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상황에서 허용된다. 이는 의료상의 환경에서 정식 의료기관에서 합법적으로 수행되며, 의사와 환자 간의 개인적인 의사 결정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상담과 검토 과정이 필수적이다.
온타리오주와 다른 많은 주에서 의료보험이 있는 경우 일부 클리닉에서는 무료로 임신중지 시술을 할 수 있으며, 16세 이상 청소년은 보호자 승인 없이 임신중지 수술을 받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한 경우에 한한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나 앨버타주에서도 원치 않는 임신을 맞은 여성들을 위해 임신중지약인 '미프지미소(통칭 미프진)'를 무료로 제공하며 임신을 한 여성들의 건강을 해치는 임신 중절 수술 대신 약으로 중절할 수 있도록 편의를 돕고 있다.
16세 이상 청소년은 보호자 승인 없이 임신중지 수술을 받을 수 있지만 16세 이하는 의사가 볼 때 임신중지와 이에 따르는 결과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판단하에 부모 동의 없이 수술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부모나 성인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미국에서는 2022년 연방대법원이 약 50년 만에 임신중지권을 폐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어떤 정부, 정치인, 남성도 여성의 임신을 강요할 수 없다"라며 이 결정을 비판하고, 미국인 여성들에게도 캐나다에서의 의료 지원 혜택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임신중지법 폐지에 의해 '임신 중단'에 내몰린 미국 여성들은 국경을 맞닿고 있는 캐나다가 피난처가 되며, 금전적인 부담을 안고도 캐나다로 와서 임신 중절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
현재까지는 임신중지에 대한 논의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전에 비해 그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2022년 리서치코(researchco.ca)의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44%가 어떤 상황에서도 임신중지가 합법적이어야 한다고 응답했고, 37%는 특정 상황에서만 합법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10%는 모든 상황에서 임신중지가 불법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임신중지법에 대해 찬성을 보이는 가운데, 시간이 지나면서 반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고, 임신중지법에 대한 재논의를 요구하는 의견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의 임신중지 금지 흐름이 캐나다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밴쿠버를 포함한 일부 도시에서는 관련 집회가 종종 개최된다.
기번스 씨의 활동은 논란을 빚고 있지만, 그녀는 자신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자신의 임신중지 경험과 그 후의 후회를 통해 임신중지 반대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녀의 행동은 임신중지에 대한 개인적인 신념과 윤리적 고민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지지와 반대를 모두 받고 있다.
기번스 씨의 이야기는 다양한 관점에서 임신중지 문제를 살펴보게 하며, 캐나다 사회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그녀의 활동은 오랜 기간 동안 임신중지법의 민감한 이슈를 놓고 논쟁의 중심에 있었으며, 사회적 대화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언제까지 캐나다가 '낙태 천국'이 될 수 있을지 기번스 씨 같은 여성들의 움직임이 나비효과를 일으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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