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유죄 평결…"정치적 타격보다 고령 바이든에 개인적 충격 커"
"6년전 아들의 죄로 인해 바이든이 표를 잃지는 않을 듯"
공화당 "아버지 지위 이용 돈 범죄가 더 핵심"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불법 무기 소지 혐의에 유죄가 나온 것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보다 개인적으로 더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판결이 바이든에 미칠 정치적 영향은 명확하지 않다. 이날 일부 공화당 의원들조차 6년 전 불법 총기 구매라는 헌터 바이든의 범죄를 비교적 경미한 것으로 일축했다. 다만 공화당 지도부는 여전히 이번 평결을 이용해 바이든 부부를 범법자로 묘사하고 도널드 트럼프의 유죄 판결의 파장을 상쇄하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 민주당 전략가들은 유권자들이 대통령에게 아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 같지 않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미 두 자녀의 죽음을 겪었고 아들의 약물 중독과 수년간 씨름해 온 80대 고령의 조 바이든에게 미칠 개인적 피해는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고 WP는 보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임 고문이었던 데이비드 액셀로드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법정에서 가족의 고통이 펼쳐지는 것을 보고 갈기갈기 마음이 찢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뿐만 아니라 며느리와 손녀에 이르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증언하는 것을 보는데, 산산조각이 나지 않을 사람이 있겠나" 말했다.
악셀로드는 "나는 유권자들이 바이든에게 아들의 중독이나 아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와 그의 가족이 치러야 할 대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바이든의 참모들 역시 그가 겪을 고통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다. 1972년, 바이든의 아내와 어린 딸은 그가 처음으로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직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2015년에는 당시 46세였던 바이든의 아들 보가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악셀로드는 "이미 큰 상실과 비극을 경험한 사람에게, 이것은 또 다른 무거운 벽돌"이라면서 "대통령직과 대통령 후보로서 짊어져야 할 다른 벽돌도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짐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힘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헌터의 재판은 가족들도 찢어놓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전 며느리 2명과 헌터의 전 애인이었던 보 바이든의 미망인은 검찰을 위해 증언했다. 반면 헌터의 딸이자 바이든의 손녀인 나오미 바이든은 아버지를 변호하기 위해 증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총기 규제 행사에서 연설하기 직전에 아들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지난주에 말했듯이 나는 대통령이지만 아빠이기도 하다"면서 "질과 나는 우리 아들을 사랑하고, 지금의 아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이어 "사랑하는 사람이 중독에서 벗어나 강하고 회복력이 있는 것을 보며 가족들이 느끼는 자부심을, 사랑하는 사람이 중독과 싸웠던 많은 가족은 이해할 것"이라고도 썼다.
바이든 대통령 자신은 법무부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해 왔고 재판에도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를 제외한 가족들은 재판정 맨 앞자리를 차지하며 참관해 왔다. 이에 검찰은 10일 재판에서 배심원들에게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면서 영향받지 말 것을 촉구했다.
한편 몇 달 동안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헌터가 부통령 아버지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경제적 혜택을 받았다는 점을 더 강조하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한 조사는 대부분 지연되고 있다.
몇몇 공화당 의원들은 유죄 평결 후 헌터 바이든이 재정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계속 믿고 있으며 총기 범죄는 기껏해야 경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충성파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플로리다)은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해 "좀 멍청한 짓"이라고 X에 썼고, 강경 보수 성향 토마스 매시 하원의원(켄터키)은 "헌터는 무언가 때문으로 감옥에 가야 마땅하지만, 총기 구매로는 아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이번 재판을 "수천만 달러를 긁어모은 바이든의 범죄 가족의 실제 범죄로부터 주의를 돌리려는 것에 불과하다"며 재판 결과를 일축했다.
ky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