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백악관, 네타냐후 영장청구한 ICC 제재 '반대'…국무장관 발언 수습

커비 보좌관 "제재는 올바른 접근법 아냐…다른 방식으로 ICC 권한 축소할 것"
ICC 검사장, 이스라엘·하마스 동일선상에…블링컨 국무 "제재 법안 협력" 약속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전경<자료사진>. 2021.03.3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성식 박재하 기자 = 미국 백악관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한 제재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미 의회와 함께 ICC에 대한 제재를 추진할 것임을 시사한 지 일주일 만에 관련 발언을 수습하는 모습이다.

로이터 통신과 중동전문 매체 알모니터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8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ICC에 대한 제재가 올바른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도 "제재는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적절한 도구가 아니다. 의회와 협력해 ICC의 과도한 권한을 해결하기 위한 다른 옵션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1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회의 ICC 제재 법안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공화당 외교위 간사인 짐 리시 상원의원이 "독립적이고 합법적인 민주적 사법 시스템을 갖춘 국가들에 ICC가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을 지지하겠느냐"고 묻자 블링컨 장관은 "적절한 대응책을 찾기 위해 초당적으로 여러분과 협력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현재 미 하원에선 미국과 동맹국 관계자를 수사 및 체포하는 ICC 직원들을 제재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법안을 주도한 의원들은 카림 칸 ICC 검사장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 3명과 함께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상대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 '테러 집단'과 '민주 국가'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선 1200명이 살해되고 240명이 납치됐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소탕을 목표로 7개월 넘게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펼치면서 가자 전역의 누적 사망자는 3만5000명을 넘겼다. 칸 검사장은 지난 20일 양측 지도부에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전쟁 범죄'와 '인도에 반한 죄(반인도 범죄)'를 위반한 혐의를 적용했다.

ICC 재판부는 심리를 통해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로마규정에 따라 2002년 발족한 ICC는 상설재판소로 △집단학살(제노사이드) △반인도범죄 △전쟁범죄 △침략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국제법에 의거해 형사처벌한다.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회원국이 직접 경찰력을 동원해 신병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스라엘은 로마규정에 가입하지 않은 만큼 실제 체포될 가능성은 낮다. 미국도 미가입국이다. ICC는 피고인이 참석하지 않는 궐석 재판은 진행하지 않는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인 2020년 ICC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벌인 전쟁범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승인하자 미국의 주권을 침해했다며 파투 벤수다 ICC 검사장의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비자 발급을 제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21년 4월 이를 해제했다. 당시 블링컨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ICC 제재는 "부적절하고 비효율적인 조치"란 성명을 내놓았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