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이스라엘 지도부 체포영장 청구 잘못됐다"…ICC 제재 시사
블링컨 "의회와 초당적으로 ICC 제재 협력하겠다"
트럼프도 ICC 제재 이력…진퇴양난 빠진 바이든
- 박재하 기자,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조소영 기자 =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이 하마스와 이스라엘 지도부에 동시에 체포영장을 청구하자 이에 발끈한 미국 정부가 의회와 함께 ICC에 대한 제재를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중동전문매체 알모니터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ICC 제재와 관련해 의회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발단은 짐 리시 공화당 외교위 간사의 질의였다. 리시 상원의원이 "독립적이고 합법적인 민주적 사법 시스템을 갖춘 국가들에 ICC가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을 지지하겠느냐"라고 묻자 블링컨 장관은 "적절한 대응책을 착기 위해 초당적으로 여러분과 협력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의원이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뿐만 아니라 미래에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ICC를 제재하려는 초당파적인 노력을 지지해 주겠냐"고 묻자 블링컨 장관은 재차 "당신과 협력하는 것을 환영한다"라고 답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ICC가 하마스와 이스라엘 지도부의 체포영장을 동시에 청구한 것이 "극도로 잘못됐다"라며 휴전 협상을 위한 노력을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ICC에 대한 제재를 고려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는 2020년 ICC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미국의 전쟁 범죄 혐의에 대한 조사를 승인하자 ICC가 미국의 주권을 침해했다며 당시 검사장 등의 자산을 동결하고 입국을 금지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21년 4월 이를 해제했으면 블링컨 장관은 "부적절하고 비효율적인 조치"라는 성명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번 ICC의 체포영장 청구로 입장이 곤란하게 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길어지고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민주당 지지층이 바이든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반발해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ICC 체포영장이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동일시하면서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지하는 공화당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결단을 요구해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ICC 체포영장 청구를 비난하며 이스라엘에 대해 지지를 선언하기는 했지만 자칫 '전범 지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난처한 입장이다.
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ICC 수사를 지지한 것과 달리 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에 직면하는 상황이다.
jaeha6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