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의 관계 악화 피하기…'모순 보고서' 탄생(상보)

"이, 국제법 어겼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나 사례 확인 못 해"
국제법 위반 결론 유보…美 무기 원조 '원칙적 지속 가능'

18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10.19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김성식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미국산 무기를 국제인도법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사용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명확한 위반 평가를 내리진 않았다.

이렇게 '모순적인 평가'를 내린 데에는 가자지구 전쟁을 둘러싸고 날이 갈수록 삐걱거리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더는 악화시키지는 않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CNN 방송에 따르면 미(美) 국무부는 이날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산 방산 물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상당한 의존도를 고려할 때,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이후, 이스라엘군이 국가안보각서(NSM)-20의 적용을 받는 방산 물자를 국제인도법상 의무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에도 사용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는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의 무기 사용 위반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보고서는 "이스라엘은 (국무부의) 보고서 작성 기간 동안 가자지구,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서 국제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는 행동을 할 때, NSM-20의 적용을 받는 방산 물자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며 "하마스가 민간인, 인프라 뒤에 숨는 가자지구 분쟁의 성격과 가자지구에 미군 병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함께 고려할 때, 개별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보고서 내용은 다소 알쏭달쏭하다. 국제법 위반이 발생했다고 믿을 만한 합당한 근거가 있다고 결론을 내면서도 위반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순 보고서'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더 무너트리지 말자는 의도가 짙게 묻어난다는 풀이다. 만약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혐의가 드러나면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이 중단돼야 한다.

가뜩이나 최근 양국 관계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대규모 공격 의지를 꺾지 않고, 이에 대응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라파 군사작전을 강행할 시 무기 지원 중단' 경고를 하고 나서면서 경색된 상태다.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에서 한 아이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위에 앉아있다. 2024.05.09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그러나 이날 국무부가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여부 결론을 유보하면서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무기 원조는 원칙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됐다.

이번 보고서는 올해 2월 바이든 대통령이 국제인도법을 위반할 위험이 있는 미국 무기의 해외 이전을 금지하는 NSM-20을 공표하자, 미 의회가 국무부에 이스라엘을 포함해 미국의 무기를 받은 7개 분쟁 당사국에 대한 사용 실태 조사를 요구하면서 만들어졌다.

당초 지난 8일까지 의회에 보고서가 제출돼야 했지만 어떤 결론이 나오든지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던 상황 속 제출 기일은 넘어갔다.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국무부 내에서도 격론이 있던 것으로 알려지며, 최종적으로는 이처럼 '알쏭달쏭한 보고서'가 탄생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이 과거에는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한하고 구호품이 가자지구에 도달하는 데 장애물을 만들었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최후통첩을 한 4월 이후 이스라엘의 정책이 바뀌었다는 점이 강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가자지구에서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소속 요원 7명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하자 "미국의 지원은 가자지구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