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미 대니얼스, 트럼프 '성추문 입막음' 재판 증언 나서

대니얼스 ""언어적·신체적 위협 안 받았지만 힘의 불균형 존재"
트럼프 측 변호인, 성관계 여부 부인하며 증언 무효 처리 요구했지만 좌절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재판에 출석해 증언하는 스토미 대니얼스의 모습을 스캐치한 삽화.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대통령 선거 전 자신과의 성추문을 입막음하기 위해 금전을 제공하고, 해당 기록을 위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4.05.07/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7)의 '성 추문 입막음' 재판과 관련해 성 추문 의혹을 폭로한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가 증언대에 섰다.

CNN은 대니얼스(본명 스테파니 클리포드·45)가 7일(현지시간) 뉴욕 형사 법정에서 진행된 공판에서 총 3시간 44분에 걸쳐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 선거일 전날, 당시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시켜 자신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대니얼스를 입막음할 목적으로 금전을 제공하고, 금전 관련 기록을 위조한 혐의를 받는다. 금전의 액수는 13만 달러(약 1억7000만 원)

검찰의 13번째 증인인 대니얼스는 이날 2006년 호텔 펜트하우스 스위트룸에서 일어난 상황에 대해 노골적이고 상세하게 증언했다.

그는 자신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다가 어린 나이에 스트리퍼 및 성인 영화업계에 종사하게 된 과정 및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나게 된 경위 등을 검찰에 설명했다. 일부 성행위에 대한 묘사가 포함되기도 했다.

그는 성관계 과정에서 "언어적·신체적 위협은 받지 않았다"면서도 "힘의 불균형"이 존재했다고 짚었다. 당일 대니얼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 출연을 제안받은 상황이었다.

대니얼스는 "나는 그것(성관계)을 막지 않았고 거절하지 않은 것이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출연이 불발되자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있었던 일을 폭로하려 한 동기에 대해서는 "돈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를 알리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지나치게 자세한 설명에 당황한 판사가 중간중간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질문에만 답하라"고 중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니얼스와의 성관계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변호인단은 대니얼스의 증언을 무효로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거부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성추문 입막음 관련 재판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2024.05.07/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니얼스의 증언을 들으며 이따금 눈썹을 찌푸리거나 눈을 감고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검찰에게 대니얼스를 입회시키는 것은 도박"이었지만 "그의 전 변호사 키스 데이비슨의 설명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논평했다. 데이비슨은 코언 변호사가 입막음 돈을 지급한 정황이 보여주는 발언을 녹음한 인물이다.

대니얼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사의 추가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8일 다시 법정에 설 것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판 종료 후 법원 밖에서 "오늘은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그들의 사건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날이었다"며 "이는 검찰에게 재앙일 뿐이다"고 말했다. 대니얼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성 추문 입막음 사건은 조 바이든 현직 대통령과의 대선 대결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면한 4가지 주요 형사 사건 중 하나다.

한편 이날 에일린 캐논 연방 판사는 4가지 사건 중 하나인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및 반환 거부 혐의 재판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