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니제르 미군기지 진입"…철수 전까지 동거

수도 니아메 '101 공군기지'…오스틴 "별도 건물 사용"

지난해 8월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서 독립 63주년을 맞아 시위대가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쿠데타 군부를 지지하는 모습. 2023.08.03. 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러시아군이 서아프리카 니제르 주재 미군 기지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쿠데타 군부와의 협상을 마친 미군이 최종 철수하기 전까지는 한동안 러시아군과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질 전망이다.

3일 로이터 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미 국방부 관료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 위치한 101 공군기지에 최근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8월 쿠데타로 국정을 장악한 니제르 군부는 지난 3월 미국과의 군사협정을 철회하며 미군 철수를 통보했다. 지난 13일에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과 니제르 군부 사이에서 미군 철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니제르에는 약 1000여명의 미군이 남아있다. 101 공군 기지에 정확히 몇 명의 병력이 남아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쿠데타 이후 병력 상당수가 사막도시 아가데즈 소재 201 공군기지로 재배치된 만큼 소수만 잔류한 것으로 추정된다.

101 공군기지는 디오리 하마니 국제공항에 자리 잡고 있다. 소식통은 이날 로이터에 미군과 러시아군이 섞이지 않고 별도의 격납고를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니제르 군부가 지난 3월 미국 정부에 약 60명의 러시아군이 자국에 체류할 예정이라고 통보했지만 실제 몇 명을 파병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러시아군과 기지를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니제르 군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이 기지에 진입한 현 상황에 대해선 "좋지는 않지만 단기적으로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현재 2성급 미군 장군이 니제르에 파견돼 전문적이면서도 책임감 있는 철수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니제르 주둔 미군이 어느 시점에 완전히 철수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독일 주재 미 아프리카 사령부로 돌아가는 계획이 수립됐다고 부연했다. 소식통은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익명을 요청했다.

이같은 내용이 보도되자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인들은 별도의 건물에 있으며 미군 장병과 군사장비에 접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나는 우리 군의 안전과 보호에 항상 집중한다"며 "현재로선 병력 보호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사헬 일대 이슬람 무장세력을 소탕하는 프랑스군 주도 '바르칸 작전'의 일원으로 2012년 니제르와 방위협정을 체결해 약 1000명의 미군 장병을 니제르에 파견했다. 2020년부터 3년간 말리, 부르키나파소, 차드 등 니제르 인접국들이 친(親)러 군부의 쿠데타로 전복됨에 따라 니제르는 사헬 지역의 마지막 남은 민주주의 보루로 여겨졌지만, 쿠데타로 같은 전철을 밟게 됐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