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서안지구 인권침해 혐의 이스라엘 특수부대 제재"

미 원조나 훈련 금지하는 '리히법' 적용 검토
제재 대상은 네자 예후다 대대…'하레디' 특수부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4일 (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나토 외무장관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이스라엘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4. 4. 5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인권침해 혐의를 받는 이스라엘군에 미국이 처음으로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사안에 정통한 세 명의 소식통은 며칠 내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서안 지구에서 인권 침해를 벌인 혐의를 받는 이스라엘군 '네자 예후다' 대대에 대한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네자 예후다 대원들이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군의 어떤 지원이나 훈련도 받을 수 없다. 만약 실행된다면 미국이 이스라엘군에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독립 매체 프로퍼블리카에 따르면 앞서 미국 국무부 특별 조사단은 이스라엘 군 부대의 인권 침해 혐의를 조사했다. 이후 조사단은 블링컨 장관에게 서안지구의 여러 이스라엘 군대 및 경찰 부대가 인권 침해 행위를 벌인 점을 보고했으며, 이들에게 미국의 원조를 받을 자격을 박탈할 것을 권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해당 사안과 관련한 질문에 "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결정을 내렸다"고 언급했다.

1997년 패트릭 리히 당시 상원의원이 발의한 '리히법'은 인권 침해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해외 보안 및 군대, 경찰 부대에 원조를 하거나 국방부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다.

제재 대상으로 언급된 네자 예후다 대대는 유대교 초정통파(하레디: 세속주의를 극단적으로 배격하는 유대교 신자 집단) 군인들로 구성된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 복무를 거부해 온 하레디가 전투병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특수 부대다. 미국 국무부는 네자 예후다 대대가 팔레스타인 민간인에게 여러 건의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2022년 말부터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으로 2022년 1월 당시 80세였던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오마르 아사드를 사망하게 만든 사건이 있다. 대대는 서안지구 마을의 검문소에서 아사드를 체포한 뒤 검문을 요구했는데, 아사드가 이를 거부하자 수갑과 재갈을 채워 추운 바닥에 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 시간 뒤 아사드는 숨진 채 발견됐다.

미국의 제재 소식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즉각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이 싸우는 상황에서 이러한 조치를 부과하는 건 부조리의 극치이자 도덕적 저급함"이라며 "이러한 움직임에 맞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