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지원안 통과에 親트럼프계 의원 분노…공화당 하원의장 축출 예고

'극우' 그린 "미국인 분노 심각"…"존슨 의장, 이미 레임덕 상태"
84조원 규모 지원안 하원 통과…이스라엘·대만 지원안과 별도 표결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 의장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 의사당에서 608억 달러(84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통과한 후 취재진과 만나 자신은 의장직을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2024.04.20.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정지윤 기자 = 20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84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이 통과되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분노했다.

이들이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끌어내리겠다고 예고하면서 지난해 10월 벌어진 역사상 초유의 하원의장 축출 사태가 불과 6개월 만에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CNN 방송에 따르면 극우 성향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날 표결 직후 만난 취재진에게 존슨 의장 축출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린 의원은 "많은 의원들이 투표에 사로잡혀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이 분노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동료 의원들에게 귀가하는 대로 지역 유권자들의 의견을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린 의원은 존슨 의장 축출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며 그가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에 빠져 있으며 지지자들로부터 정치 자금을 모금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각 토마스 마시 공화당 하원의원도 취재진과 만나 존슨 의장이 스스로 의장직을 내려놓지 않을 경우 의장직 해임 결의안을 발의하겠다고 위협했다. 현재 폴 고사 공화당 하원의원도 이들과 같은 입장이라고 CNN은 전했다.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발의한 우크라이나 지원안은 이스라엘·대만 지원과 묶여 총 950억 달러(약 132조원) 규모의 패키지 법안 형태로 지난 2월 미 상원을 통과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하원에선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에 존슨 의장은 자당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우크라이나·이스라엘·대만 지원안을 3건의 별도 법안으로 쪼개는 수정안을 발의해 이날 한꺼번에 표결에 부쳤다. 우크라이나에 608억 달러(84조원)를 지원하는 법안은 이날 하원 본회의에서 찬성 311표, 반대 112표로 가결돼 이스라엘·대만 지원법과 함께 상원으로 송부됐다.

이날 존슨 의장은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존슨 의장은 표결 직후 취재진과 만나 "축출 운동에 대해 걱정하며 이 건물을 돌아다니지 않고 있다"며 "내가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원이 제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믿는다"며 강경파 의원들을 향해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존슨 의장의 전임자였던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은 지난해 10월 공화당 강경파 맷 게이츠 하원의원이 제출한 해임 결의안이 표결을 통과하면서 234년 미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축출됐다. 당시엔 매카시 의장이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중단) 사태를 방지하고자 민주당과 협력해 통과시킨 임시 예산안이 해임의 빌미가 됐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