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형사재판 배심원 선정 '난항'…뉴욕 시민들 "못하겠다"(종합)

민주당 텃밭 뉴욕서 18명 골라야…내일 오전 배심원 선정 재개하기로
증인 비방한 트럼프, 벌금낼 위기인데…"공정한 재판 아냐" 판사 비판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법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돌아가기 전, 펜스 너머로 언론에 대응하고 있다. 그는 이번 재판이 "미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2024.04.15/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성추문 입막음 사건과 관련한 1심 형사재판에 출석했다. 전직 미국 대통령이 피고인 자격으로 형사재판 법정에 출두하는 것은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재판 개시일인 이날 재판부는 배심원 선정 절차를 착수했지만, 배심원 후보로 소환된 뉴욕 시민 대다수가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원의 비방 금지 명령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벌금을 구형했고 재판부도 관련 심리를 시작하기로 했다. 판사 기피 신청은 이날도 기각됐다.

로이터·AFP 통신과 CNN 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 뉴욕주 맨해튼지방법원에서 시작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사건 형사재판은 약 7시간 만인 오후 4시 30분 종료됐다. 재판을 맡은 후안 머천 판사는 오는 16일 오전 9시 30분 재판을 재개해 배심원 선정 절차를 이어가기로 했다. 총 12명의 배심원과 6명의 예비 배심원이 필요하다.

이날 재판의 핵심인 배심원 선정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96명의 뉴욕 시민들이 배심원 후보로 출석해 적격성 심사를 받았는데, 이중 절반인 50명이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공정한 평결을 내릴 수 없을 것 같다며 한꺼번에 자진 사퇴했다.

남은 배심원 후보들도 뉴스 소비 습관, 취미 등을 묻는 질문에 답해야 했다. 머천 판사는 질문에 앞서 배심원 후보들에게 정치적 성향을 포함해 어떠한 편견이나 사견도 있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로이터는 재판이 열린 뉴욕 맨해튼이 민주당 텃밭인 만큼 배심원 선정에 며칠은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뉴욕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달 들어 소셜미디어상에서 성추문 입막음 자금을 수수한 성인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 돈을 건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 전속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비방하는 게시물을 3건 올렸다며 개당 1000달러(약 13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것을 구형했다.

앞서 머천 판사는 지난달 26일 검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재판 관련자 비방 금지 요청을 받아들였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이날 머천 판사는 벌금에 관한 구두 변론을 오는 24일 진행하기로 하고 19일까지 피고인 측에 서면 답변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은 대응 차원의 발언일 뿐 비방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재판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석했다. 2024.04.15/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낸 머천 판사 기피 신청은 이날도 기각됐다. 그는 이전에도 머천 판사 딸이 민주당을 고객으로 하는 정치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해 상충의 소지가 있는 만큼 법관을 교체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증거와 증인을 두고도 공방이 있었다. 뉴욕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여성 편력을 다룬 TV 프로그램 '액세스 할리우드' 영상을 증거의 일환으로 법정에서 상영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머천 판사는 해당 프로그램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편파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기각했다.

반면 타블로이드지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전 대표 데이비드 페커와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캐런 맥두걸은 증인으로 인정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내연 관계였던 맥두걸은 이를 폭로하려고 내셔널 인콰이어러와 독점 계약을 맺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도를 무마하기 위해 거액을 언론사에 지불했다는 의혹을 증언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자신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대니얼스의 폭로를 막기 위해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트럼프그룹의 자금으로 건네고 회계장부에는 34차례에 걸쳐 법률 자문료로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4월 기소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니얼스를 만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성추문 입막음 사건 외에도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조지아주 대선 개입 △대선 인준 뒤집기 시도 등 총 4건의 형사사건으로 기소됐다. 이중 유일하게 성 추문 입막음 사건의 재판 개시일이 이날로 지난달 25일 확정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1월 열리는 대선에서 당선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자신의 형사 재판을 무마하기 위해 재판 지연 절차로 일관했다. 당초 성추문 입막음 재판은 지난달 25일로 잡혔으나 그사이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검찰 측에 추가 자료를 뒤늦게 제출해 재판 개시일을 이날로 3주 늦췄다.

이 외에도 △연방대법원의 전직 대통령 면책특권 유무에 대한 판결 이후로 재판을 연기할 것 △사건을 담당한 후안 머천 판사를 기피할 것 △맨해튼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재판을 받게할 것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방 금지 명령 해제 요청에 관한 항소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연기할 것 등을 요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이날 법원 앞에 선 시위대는 '패배자(loser)' '트럼프는 이미 유죄'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무장한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쳐서 법원 앞을 통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을 불과 7개월 앞두고 배심원 선정과 증인 증언까지 약 1개월간 이어질 재판에 계속 출석해야 한다. 지난주 발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 4명 중 1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 대선에서 그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 들어가기 직전 취재진과 만나 자신의 기소와 재판은 "미국에 대한 공격이자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했다. 이후 재판을 마친 뒤에는 취재진에게 머천 판사에게 "문제가 많다"며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머천 판사가 재판 기일을 잡아 오는 5월 있을 자신의 아들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2018년 4월16일(현지시간) 스토미 대니얼스(본명 스테파니 클리포드)가 뉴욕 로어 맨해튼에서 미 연방 법원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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