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바라보는 4·10 총선은…"보복의 검투사 경기장"

NYT "尹대통령·이재명, 둘 중 한 명에 대한 지지 표명하는 일"
닛케이 "서울·수도권, 젊은 층에서 승패 좌우할 것으로 전망"

4·10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YDP미래평생학습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선거사무원이 기표용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4.4.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한국의 4·10 총선을 외신들은 '윤석열 대통령 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경쟁'으로 치환해 바라보는 모습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윤 대통령과 맞붙었던 이 대표가 제1야당인 민주당 대표로서 선거 운동에 나서고 있는 점이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살펴본 외신에서는 다음날(10일) 진행될 한국 총선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대결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윤 대통령이 몸 담고 있는 국민의힘(여당)이 또다시 야당에 밀릴 경우,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적극적인 정책 추진을 이루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정치는 오랫동안 복수와 원한이 지배해왔고 그래서 보복적인 '검투사의 경기장'이 됐다"며 "4·10 총선은 표면적으로는 의회 의석 300석에 관한 것이지만, 결국은 '검투사 정치'에 갇힌 두 지도자(윤 대통령·이 대표) 중 한 명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NYT는 그러면서 "많은 분석가들은 선거로 인해 양극화가 증폭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민생, 경제, 저출산, 복지 등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 통신 또한 "윤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 나서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번 투표는 윤 대통령과 그의 앙숙인 이 전 대표에 대한 국민투표로 여겨지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로이터는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 하에서 미국, 일본과 긴밀한 관계를 추구해온 한국의 외교 정책이 (이번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AFP 통신은 "이번 선거는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에서)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의제를 추진할 수 있을지 그 여부를 투표하는 선거"라며 "총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이 소수당이 된다면 국회와의 협치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9일 앞둔 1일 오전 부산 남구 부경대학교 대연캠퍼스에서 부산시선관위 직원들과 부경대 학생들이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부산시티투어버스를 활용한 '벚꽃투표 BUT꼭투표' 캠페인을 하고 있다. 2024.4.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현 국회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소수이고, 윤 대통령은 야당의 동참을 얻지 못하면 예산안이나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과 정권 운영을 강하게 비판하며 비협조적인 자세가 눈에 띈다"고 했다.

이어 "야당 측은 총선에서 과반수를 유지함으로써 2027년 차기 대권에서의 승리로 연결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며 "여당이 대패할 경우, 야당 다수의 국회가 대통령을 압박하는 구도가 강해진다"고 덧붙였다.

특히 닛케이는 "과거 정권에서는 한일 간 영토, 역사 문제를 자극하는 '반일(反日) 카드'로 지지를 얻으려는 움직임도 있었다"며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지더라도 윤 대통령이 반일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지만, 강력한 대일관계 개선책을 내놓기에 어려울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닛케이는 "한국은 보수, 혁신 각각에 강한 지반이 있는데, 부동표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수도 서울 주변'(서울·수도권)과 '젊은 층'의 동향이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한국에서 'MZ세대'로 불리는 2030 젊은 층의 투표 행위가 (각 정당의) 승패를 가늠하는 데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로이터와 닛케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당 대표로 출범한 조국혁신당을 주목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지난달 말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20% 이상이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양대 정당이 정치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3당의 부상은 놀라운 일"이라고 밝혔다. 닛케이 또한 "민주화 선언이 나온 1987년을 학창시절로 맞은 4050세대는 30% 이상이 조국혁신당으로 모인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이에 대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반정권 표를 양분하는 구도"라고도 짚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