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건설직 초봉, 회계사보다 1000만원 높아…Z세대 '전공책 대신 연장'
생성형AI 부상에 사무직 인기 '뚝'…"블루칼라가 직업 안정성 낫다"
직업학교 산학연계 학비부담 덜고…로봇 도입에 산업재해 위험 감소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Z세대(1997년 이후 출생자) 사이에선 전공 서적 대신 연장을 드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용접이나 배관일을 하는 편이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뒤 회계사가 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서다. 사무직 인기는 줄어든 반면 숙련공은 여전히 부족한 미국 노동시장의 수요·공급 불균형이 기술 직종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 변화를 만들어 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Z세대 인터뷰와 각종 통계자료를 토대로 "오랫동안 인력난에 시달려온 숙련 기술직이 미국에서 가장 젊은 노동 집단에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이들 상당수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2·4년제 대학 등록생수는 2010년 정점을 찍은 이래 10년간 꾸준히 감소세를 보인 반면 직업훈련 학교 등록생수는 급증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전미학생정보협회(NSC)에 따르면 지난해 직업훈련 학교 등록생수는 전년 대비 16% 증가해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8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건설 기술과 차량 보수 업무를 배우는 학생은 각각 23%, 7% 늘어났다.
이러한 블루칼라 열풍은 용접·배관·전기 등 건설 부문 전문 기술직 초봉이 크게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급여정산 업체 ADP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직 노동자의 초봉 중간값은 전년 대비 5.1% 오른 4만8089 달러(약 6500만원)로 집계돼 4년 연속 회계사와 정보기술(IT)업계 종사자의 초봉(3만9520 달러·약 5300만원)을 웃돌았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로 대표되는 노령의 건설직 노동자들이 대거 은퇴하는 바람에 노동시장 공급이 수요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학기에 9개월짜리 용접 과정을 이수한 테너 버지스(20)는 WP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진학에 열광하지 않는 청소년들이라면 전문 기술직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IT업계 종사자인 부모님이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진로를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년간 용접일을 하면 연봉이 6자리(최소 10만달러·약 1억원)로 바뀐다"고 귀띔했다.
특히 산학연계 형태로 운영되는 직업학교의 경우 고용주들이 학비를 대신 부담해 사회 초년생의 자산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소프트웨어 업체 잡버가 지난해 고교·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5%가 이러한 이유로 유급 현장실습 교육을 제공하는 직업학교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상당수는 챗GPT와 코파일럿 같은 생성형 AI 모델이 사무직 전반에 활용되면서 화이트칼라가 실직 위기에 놓인 것을 의식해 블루칼라의 고용 안전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몸을 쓰기 때문에 위험한 직종이라는 고정관념도 로봇 기술의 발달로 점차 허물어지는 추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건설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알레젯 발레리오(18)는 현재 벽체 설치를 위한 로봇 작동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발레리오는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며 현재 일주일에 이틀씩 로봇 작업을 감독하며 시간당 24달러를 벌고 있다고 WP에 말했다.
다만 블루칼라 열풍에 성급히 편승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코네티컷주에서 에너지회사를 운영하는 피터 갤런은 지난해 전문 기술직으로 채용한 대학 중퇴자 상당수가 적성에 맞지 않아 사직했다고 WP에 증언했다. 오하이오주 소재 채용 전문회사의 인사 담당자 애슐리 브라운은 최근 1년 반 동안 기계공·용접공을 충원하기 용이해졌다며 노동시장 공급이 점차 수요를 따라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건설 분야 채용 공고는 월평균 37만7000개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건설직 노동자의 초봉이 회계사·IT 종사자보다 높은 것은 맞지만 이를 업계 전체 연봉으로 환산할 경우 지난해 중간값이 6만9465 달러를 기록, 7만8257 달러인 후자보다 1만 달러가량 낮은 수준이라고 ADP는 짚었다. 이런 까닭에 미국 학부모의 80%는 잡버 설문조사에서 여전히 자녀의 대학 진학을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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