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소유 트루스 소셜 SPAC 주가 18%↑ 이유 알고 보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9일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프라이머리 투표소에 도착하고 있다. 2024. 3. 2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재산 부풀리기 사기 혐의 재판 항소심을 위한 4억5400만달러(약 6044억 원) 공탁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지분 60%를 보유한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 상장이 돌파구가 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검찰은 트럼프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마감일까지 공탁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뉴욕 부동산은 물론 골프장까지 압류할 계획이다.

트럼프가 재산상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 이 같은 위기에서 탈출할 동아줄이 바로 트루스 소셜이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인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은 트럼프가 설립한 트루스 소셜의 모기업 ‘트럼프미디어테크놀로지그룹’(TMTG)을 인수하기 위해 22일 주주 투표를 실시한다.

한 사용자가 애플 앱스토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디어 회사가 만든 소셜네트워크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보고 있다. 2022.01.07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DWAC는 이미 뉴욕증시에 상장된 만큼 인수안이 통과되면 TMTG는 이르면 25일부터 주식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이 소식에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리면서 DWAC 주가는 20일 하루에만 18% 폭등했다.

현 주가가 유지되면 트루스 소셜 기업가치는 60억달러에 이르고,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는 트럼프 지분 가치는 35억 달러에 달한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주식 담보대출을 통해 공탁금(4억5400만달러)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 트루스 소셜 사용자는 "나는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에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DWAC의 주식을 조금씩 여러 번 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나도 DWAC의 주식을 샀다"며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해프닝은 2021년 초 저금리 시대를 맞아 개미(개인투자자)들이 게임스톱 같은 '듣보잡' 회사의 주식을 대거 사들여 주가가 급등하게 했던 밈주식(유행성 주식) 열풍을 연상시킨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게임스탑 매장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이번에는 정치색이 유독 강한 점만 다를 뿐이다.

합병을 승인하기 위한 주주 투표는 22일로 예정돼 있다. 승인이 나면 TMTG는 DWAC를 대체할 수 있다.

새로운 티커(주식에 부여되는 종목 코드)는 트럼프의 이니셜을 딴 DJT가 될 전망이다.

트루스 소셜은 사실 엉망진창인 회사다. 이 회사가 증권거래소에 신고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첫 9개월 동안 약 34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 같은 기간 약 49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지지자들은 주식 가치와 상관 없이 ‘묻지마 투자’를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주식 투자가 아니라 정치 헌금이라고 할 수 있겠다.

sinopark@news1.kr